2000명 의대 정원 '의정갈등'…총선 전 새 국면 맞나
한동훈 "의제 제한할 문제 아냐" 안철수 "증원안 재검토해달라"
"한동훈 중재 노력 자체로 스윙보터에 긍정 평가 받을 수도"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규모(2000명)의 재조정 가능성에 대해 26일 "대화를 하는 데 있어 의제를 제한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핵심 쟁점인 증원 규모 변동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화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대통령실이 '증원 규모는 타협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의·정 갈등 국면의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 전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갈등의 핵심은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증원'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울산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 해야하기 때문에 의제를 제한하지 않고 건설적인 대화를 해 좋은 결론을 내야 한다"고 답했다. 장동혁 사무총장도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에게 "국민의 건강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의제 제한 없이 건설적인 대화를 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유연한 처리를 강조하며 조율에 나선 배경에는 총선을 앞두고 더 이상 악재를 키우면 안 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탈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 달라는 한 위원장의 요청에 응하는 방식으로 출구를 마련했다.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 했지만, 의사들이 2000명 증원 철회 없이는 대화도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했다.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를 포함한 수천명의 의대 교수들이 줄줄이 사직했지만, 정부는 증원 규모는 타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당내에서도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도권 출마자들을 중심으로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출했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의료계와 비공개 간담회를 한 후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의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안을 재검토해달라"고 제안했다.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를 통해 검증해 필요한 의대 정원 확충 숫자를 산출하고, 추후 적용하자는 주장이다.
윤상현 인천 권역 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2000명이라는 숫자에 얽매여 대화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당 지도부가 나서야 한다"며 "당 지도부는 정부의 입장과 의료계의 입장을 조율할 협의체 구성에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작금의 민심을 대통령실에 정확히 전하고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인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은 말을 아꼈다. 그는 인천 백령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의정 갈등에 대해 "의대 증원을 가져온 배경은 지방 환자들이 수도권만큼 의료 (혜택에 대한) 배려를 받지 못해서 나온 발상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인 위원장이 전날 한 위원장과 의대 증원 문제와 관련해 비공개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 만큼 의정 갈등의 구체적인 해결책이 논의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정부가 여당의 의견을 전격 수용함으로써 파국을 피하고 대화를 통한 의료 개혁의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정부와 대통령실의 방침이 확고한 상황이라 협상 테이블에 올리기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원론적으로 얘기한 것 같다"며 "입장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찬반이 총선 막판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부상했다"며 "대학별 인원까지 배정한 상황에서 인원 조정은 쉽지 않겠지만, 한 위원장의 중재 노력 자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얻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엄 소장은 "의대 증원 건은 중도층이나 스윙보터 유권자에게 상당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라며 "부동층 유권자들이 여당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서 투표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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