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기' 의혹에 공천취소 초강수…민주, 2021년 재보궐 악몽 탓

민주, 4.7 재보궐선거 참패 '트라우마'에 즉각 공천 취소
국힘 '갭투기 의혹' 추가 제기…민주 맞불 놓으며 전면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세종시 조치원읍 세종전통시장을 방문해 세종시갑 이영선 후보와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3.14/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부동산 실책에 발목잡혀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불거진 '갭투기 의혹'에 '공천 취소'라는 강수까지 두며 리스크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갭 투기 의혹이 불거진 이영선 전 세종갑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고 당에서 제명했다.

이 전 후보는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10여채(약 38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갖고 있었지만 민주당 공천 후보 심사 과정에선 아파트 한 채와 오피스텔만 당에 신고했다. 아울러 대출액이 37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며 갭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당이 야당 강세 지역인 세종갑에 후보를 내지 못해 의석 1석을 잃더라도 '공천 취소'를 강행한 이유는 부동산 문제가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2021년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부동산 문제로 충격적인 민심 이반을 경험한 바 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치솟는 집값을 잡지 못했고 여기에 선거 한 달 전 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업무상 비공개 정보를 이용한 땅 투기는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민주당은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고 그 여파는 대통령 선거까지 이어졌다.

민주당은 이런 트라우마 때문인지 총선을 앞두고 다시 부동산 문제에 발목을 잡히면 전체 선거판이 불리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신속하게 사안을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은 LH 사태 최초 폭로자인 김남근 변호사를 10호 영입 인재로 발표하면서까지 부동산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오기도 했다.

김부겸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전날 라디오에서 "부동산 문제야말로 우리 민주당이 지난번에 정권을 내주게 된 아픈 지점"이라며 "민주당이 추구하는 가치와도 맞지 않고,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이 후보 공천 취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곧장 민주당을 겨냥한 갭투기 의혹 공세를 이어갔다. 김경율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25일 문진석(천안갑)·김기표(부천을)·이강일(청주상당) 후보 등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김 비대위원은 "김기표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반부패비서관으로 근무하다가 불과 몇 개월 만에 자진 사퇴한 원인이 '갭 투기'였다"며 "강서 마곡에 상가 2개 65억원어치가 있고 부채가 57억원이다. 갭 투기인지 아닌지 이재명 대표는 답변해달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비대위원은 "이강일 후보가 상가 5채, 문진석 후보가 상가 4채를 보유 중인데 이분들은 갭투자가 아니냐"고 의심했다.

민주당은 정치적 공세라며 일축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영선 전 후보와 김 비대위원이 문제 제기한 것은 다른 문제"라며 "이 전 후보는 당에 거짓으로 자료를 제출한 것이기 때문에 (김 비대위원이 제기한 문제와) 엮어서 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후보들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문 후보는 "명백하게 잘못된 사실"이라며 "말도 안 되는 공격을 하는 것이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 측도 "대출 과정에서 불법이나 특혜를 받은 게 전혀 없다"며 "정상적으로 분양을 받았고 부정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강일 후보는 "허무맹랑한 주장"이라며 "악질적 마타도어는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도 국민의힘 후보들의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최민석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장진영 국민의힘 후보는 법인 명의로 개발이 진행 중인 양평 부지 2500평을 매입했고, 그 과정에서 부친이 이사였던 금융기관 등에서 자금의 90% 이상을 대출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대변인은 "재산이 약 563억에 달하는 부동산 부자, 박덕흠 후보는 국회의원 임기 중에 가시오갈피 농장으로 위장해 골프장을 짓는 등 투기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며 "이혜훈 후보는 재산이 160억원이 넘는다. 그런데 정작 출마한 중구나 성동구에는 전세나 월세 보증금을 냈다는 내역이 제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당 후보들은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