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핫플]'리턴 매치' 격전지 용산…"지역정책 현실화 후보에 표 줄 것"

'5선 도전' 국힘 권영세 vs '패배 설욕' 민주 강태웅
양당 모두 판세 '박빙' 분석…비례는 제3지대 관심도

4년 전인 지난 2020년 4월 4.15 총선에서 서울 용산구에 출마하는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권영세 미래통합당 후보가 갈월동 선거사무소와 이촌역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0.4.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아직 계산을 다 안 했어."

경의선 숲길 앞 산책에 나섰던 이범수(77)씨는 20일이 채 남지 않은 총선에서 누구를 뽑을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씨는 "권영세라는 사람은 오래 정치했으니 다 알지"라면서도 "어제 강태웅 후보는 딸까지 나서서 유세활동을 열심히 하더라"고 말했다.

50년 넘게 용산구에 거주했던 그는 "결국은 우릴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는 사람이 좋다"며 지역구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후보자가 누구인지 총선 전까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권영세, 21대 총선 0.66%p, 890표차 신승…22대 여론조사는 민주당 '우세'

지난 22일 뉴스1이 서울 용산구 경의선 숲길과 용문시장, 한남동 주택가에서 만났던 주민들은 입을 모아 이번 총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현장에선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입법 속도를 낼 수 있는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는 주민들이 있는 한편,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실망이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후보로의 지지로 이어지는 모습도 나왔다. 특히 양당 정치에 신물이 나 지역구 투표를 포기하고, 비례대표로 나서는 제3지대에 힘을 보태겠다는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신(新)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용산구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권 의원이 강 후보에게 890표, 득표율로는 0.66%포인트(p) 차이로 신승했을 만큼 누가 우세하다고 점치기 힘든 지역이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이뤄진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 접전을 펼치는 등 양당 모두 판세를 '박빙'으로 분류하고 있다.

지난 18~19일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용산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강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은 42%, 권 의원를 뽑겠다는 응답은 38.1%였다. 3.9%p 차로 오차범위 내(±4.4%) 접전이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강태웅 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4.3.1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용산 주민 '지역구 정책 활성화' 후보 우선…비례는 개혁신당 등 제3지대 관심

용산 지역구민들은 입을 모아 '지역구 정책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뽑고,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후보가 제일 표를 많이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씨의 이웃주민인 70대 박모씨는 "지역 개발 정책이 매번 일그러져 이뤄지지 않은 게 문제"라며 "용산역 근처 개발 역시 정책이 따라주지 않아 허송세월을 보낸게 벌써 수년째"라고 지적했다. 20년째 효창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35)는 "효창동은 지역 재개발 이슈가 있는데 그것을 실현해줄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용산 대통령실 이전으로 기대감을 키웠던 몇몇은 늘어나는 교통 불편과 시위,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 정원 증원 등 강대강 대치를 통한 정책 강행에 실망하며 불만섞인 목소리를 냈다.

한남동에 6년째 거주 중인 이모씨(32)는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면서 교통이 너무 불편해지고 시위대가 많아졌다"며 "계속해서 보수 성향을 띄어온 아버지마저 의대 정원 증원에 분개해 민주당에 표를 줘야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양당 정치로 나뉘어진 현 정치권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제3지대 비례대표 후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용산에 거주하는 한모씨는 "지역구 투표는 기권하고 비례정당 투표를 하러 가려 한다"며 "개혁신당이 그간 논란이 많지만 그래도 이준석이나 천하람, 류호정 같이 기성 정치권을 향해 할 말은 하는 사람이 22대 국회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2023.12.1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권영세 "서울시와 민생 정책 펼칠 것" vs 강태웅 "1호 공약, 대통령실 재이전"

국민의힘은 이종섭 호주 대사의 출국 논란과 황상무 전 대통령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등 여당 악재들이 이제는 봉합 국면으로 넘어온 만큼 '지역개발 핀셋' 공약에 주력해 여론을 환기시켜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맞서는 민주당은 고물가 등 경제 실정 문제를 집중 부각하고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여론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팽팽한 지역구 여론에 후보자들은 저마다 자신감을 내비쳤다. 권 의원 측은 뉴스1에 "이태원동 등 남산 고도제한으로 인한 제한지구에 속하는 지역을 중점적으로 추가 완화 조치를 실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또 "용산공원, 철도 지하화 본격 추진 등 서울시와 협력해 지역구민을 위한 민생 정책을 펼치겠다"고 했다.

강 후보는 1호 공약으로 '용산 대통령실 재이전'을 내세우며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집회·시위에 따른 동네 소음, 층고 제한, 경호 문제 등으로 용산구민들의 불만이 크다"며 "지난 선거 석패 이후 절치부심하는 심정으로 지역 골목골목을 누비며 지역민들의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