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전략공천 후보들, 조직력 갖춘 현역 협조 쉽지 않아 '전전긍긍'

강북을 박용진 꺾은 조수진 "모두 승계하는 방향으로"…朴은 부정적
중·성동갑 전현희, 터줏대감 임종석에 도움 공개 요청했지만…원론적 답변만 돌아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서울특별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조수진 강북을, 류삼영 동작을 후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3.2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윤다혜 기자 = 기존 현역 의원을 밀어내거나 일찌감치 지역구 출마 선언을 하고 깃발을 꽂은 예비 후보를 제치고 더불어민주당 총선 후보자로 나온 이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총선 후보자들은 밀려난 이들에게서 기존 선거 조직을 물려받는 등 '적극 도움'이 필요하지만 이같은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략 공천을 받거나 전략 경선을 통해 당선된 총선 후보자들은 자신의 지역구에 기반이 탄탄한 현역 의원 등의 도움이 절실하다. 전략 공천 혹은 경선을 거친 후보자의 경우 '무연고 공천'이 대다수인데, 이 경우 지역 선거 조직력이 약한 탓이다.

전략 경선에서 서울 강북을 현역 박용진 의원을 밀어낸 조수진 변호사도 당선 직후 박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조 변호사는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의원님을 좋아하시는 분이 많기 때문에 말씀을 듣고 그걸 모두 제가 승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의원에게 지역 선거 조직 승계를 요청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반면 박 의원 측은 '적극 협력'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박 의원이 경선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변호사를 향한 당부 메시지를 내긴 했지만, 이는 그저 응원과 당부 차원일 뿐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 의원은 "마땅히 할 도리는 다 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패배를 인정하고 응원하겠지만 정면에 나서 조 변호사를 도울 가능성은 낮다.

수도권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 중·성동갑도 상황은 비슷하다. 당초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일찌감치 중·성동갑 출마를 선언하고 지역에서 기반을 닦아놨지만, 민주당은 해당 지역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 공천했다.

전 전 위원장은 직후 임 전 비서실장을 향해 "지역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며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그러나 임 전 비서실장은 이에 침묵으로 일관하며 '백의종군' 뜻을 밝혔다. 당의 결정은 수용하겠지만 자신이 직접 나서 전 전 위원장을 돕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서울 동작을 공천에서 배제돼 민주당을 탈당한 이수진 의원은 '새 얼굴' 류삼영 총경을 도우라는 당원들의 요구를 거절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탈당하고 당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새로 온 후보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지역구 방문을 자제하고 있다"며 "일부 민주당 당원들은 이제는 나와서 도와달라고까지 요구하지만, 당의 공천과정에 대한 중도 분들의 실망은 제가 돕는다는 것만으로 회복될 리가 없다"며 류 전 총경을 도울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서울 도봉갑 인재근 의원은 무연고 전략 공천된 안귀령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고 선거 조직을 물려주는 등 적극 돕고 있지만, 이는 인 의원의 퇴진 의사와 어느정도 맞물렸기에 가능한 상황이라는 게 정치권의 설명이다. 공천 과정에서 갈등을 겪은 상황에서 자신을 꺾고 당선된 후보자를 도울 가능성은 낮다고 민주당 관계자는 전했다.

dahye1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