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갈등→'친윤-친한' 갈등으로…국힘, 수도권 선거 '빨간불'
갤럽 조사서 국힘 종로, 마포을, 계양을, 수원병 등 격전지 모두 밀려
후보들 "매일 조금씩 어려워져" "낯 두꺼운 사람, 여권 향한 서울 민심" 토로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4·10 총선을 22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종섭 주호주대사와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거취 문제로 촉발된 대통령실과 당 사이에 갈등이 비례대표 명단을 둘러싼 당내 친윤(윤석열) 친한(한동훈) 대립으로 확산되고 있어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도권 험지는 물론 접전지에서도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며 수도권 위기론이 확산하는 와중에 '윤한(윤 대통령·한 비상대책위원장) 갈등' 악재까지 겹치며 여권의 총선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11~14일 격전지 여론조사 결과 서울 종로, 마포을, 중·성동갑, 인천 계양을, 경기 수원병 등 5개 지역구 중 4곳에서 야당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접전인 중·성동갑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국민의힘이 밀리는 양상이다.
수도권 표심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종로에서 현역인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32%를 얻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후보(43%)에게 11%포인트(p) 뒤처졌다.
수도권 최대 격전지 '한강벨트' 의 경우 핵심 지역구 중·성동갑의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와 전현희 민주당 후보는 39% 동률로 팽팽한 양상을 보였다. 마포을은 친명(이재명) 핵심 3선의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46%를 얻어 국민의힘 후보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33%)를 13%p 앞섰다.
여야 빅매치로 관심을 모은 인천 계양을에서도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40%를 기록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48%)에 크게 밀리고 있다.
국민의힘이 총선 승리의 전초기지로 공을 들여 온 '수원 벨트'에서도 열세다. 경기 수원병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5%로 이재명 대표 최측근 모임 7인회 출신인 현역 김영진 민주당 후보(44%)에 9%p 뒤졌다.
정치권 안팎에선 올 초 한 위원장 취임 후 상승세를 타던 국민의힘 지지율이 최근 총선 후보자들의 막말 논란과 이 대사, 황 수석 문제까지 겹치면서 하락 전환 양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 대사 문제가 정국의 핵으로 부상하면서 꺼져가던 야권의 정권심판론의 불씨를 되살렸다는 평가다.
서울 험지에 출마하는 한 후보는 뉴스1과 통화에서 "특히 서울 분위기는 이 대사와 황 수석 사안으로 한 위원장으로 인한 상승 효과가 주춤한 것은 사실"이라며 "어제 지나가는 시민 한 명이 나한테 '낯 두꺼운 사람'이라고 하더라. 여권을 향한 민심을 보여준 것 아니었겠나"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중·성동갑에 출마하는 윤희숙 전 의원도 이날 공천자대회 후 기자들과 만나 "매일매일 중도층 주민들의 마음이 냉담해지는 게 느껴진다. 매일 조금씩 더 어려워진다는 느낌이 들고 있다"고 했다.
수도권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자, 국민의힘 내에선 용산 리스크를 안고 갈 수 없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17일 '이 대사 즉시 귀국과 황 수석 거취 결정'을 요구했고,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지낸 김은혜 경기 성남 분당을 후보와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수행실장을 맡았던 이용 경기 하남갑 후보도 한 위원장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여당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는 입장이다. 여기에 국민의힘 비례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두고 '사천' 논란까지 불거지며 악재가 추가로 드리웠다. 한 위원장 영입인재가 안정권에 포함되고, 윤 대통령 측근 주기환 전 국민의힘 광주시당 위원장(24번) 등 호남 기반 정치인이 당선권 밖 후순위에 배치되면서다. 당내에선 올초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대응과 김경율 비대위원 사천 논란을 놓고 충돌했던 윤한 갈등이 재연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인천 동구·미추홀을의 윤상현 의원은 공천자대회 후 기자들에게 "수도권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며 "대통령실에서는 민심의 따가움을 아직 제대로 인식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윤 의원은 "선거는 기본적으로 당이 치르는 것이지 대통령실이 치르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당의 시간이다. 당이 전면에 나서서 싸워서 이겨야 한다"고 한 위원장에 힘을 실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대사와 황 수석, 비례대표 등을 두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데, 이는 3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대사와 황 수석이 자진사퇴하고, 비례대표 순번을 조정하는 등 대통령실과 당의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한 위원장은 '이 대사 즉시 귀국, 황 수석 거취 결정'이란 입장을 재확인한 채 주요 격전지를 돌며 수도권 민심을 공략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그는 19일 서울 동작과 서대문, 마포를 방문한 데 이어 20일 경기 안양을 찾는다. 21일에는 보수 텃밭 대구·경북(TK)에서 전통적 지지층 결집에 나선다. 22일에는 충남 보령 서천에서 캐스팅보트 충청권 표심을 공략한다. 한 위원장은 이날 공천자대회에서 "22일 남은 기간 동안 죽어도 서서 죽겠다는 자세로 뛰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했다. 종로는 12~13일 502명, 마포을은 13~14일 510명, 중·성동갑은 13~14일 505명, 계양을은 14일 501명, 수원병은 13~14일 502명씩 조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 ±4.4%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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