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도긴개긴 막말 공방…유권자 정치혐오 부추기는 정치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2024.3.5/뉴스1 DB ⓒ News1 송원영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2024.3.5/뉴스1 DB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정치권에서 연일 막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막말 수준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국민의힘에서는 5·18민주화운동 폄훼(도태우)부터 '난교'(장예찬)라는 난해한 단어, 일제 강점기가 낫다(조수연)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에서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우리 군 장병에 대한 말장난(정봉주), 전직 대통령은 불량품(양문석)이란 평가에, 생각이 다르면 대가리를 뽀개버리겠다(김우영)는 무서운 표현이 나온다.

균형을 갖춰야 할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황상무)은 과거 군인들이 군과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로 기사를 쓴 기자를 습격했던 사건을 언급해 논란이 됐다.

여야의 '막말 경계령'은 스스로 부정됐다. 문제가 된 막말은 조금만 세심하게 검증했으면 거를 수 있었다. 국민의힘 장예찬 후보의 과거 발언은 이미 지난 전당대회에서부터 논란이 됐고, 더불어민주당 정봉주 후보의 거친 언사는 원래 유명했다.

여야는 막말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며 뒤늦게 수습에 나서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셈인데, 제대로 고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우리 집 외양간을 고치면서 남의 집 외양간을 보고 있어서다.

여야는 경쟁적으로 상대측 막말을 비판하고 있다. "무자격 후보 공천의 답 없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논평은 막말을 이유로 두 명의 후보 공천을 취소한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겨냥해 내놓은 것이다. 민주당의 "이런 정신 나간 후보를 어디서 찾아온 것인가"라는 논평은 누구를 비판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막말에 대한 오락가락 행보도 경쟁적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당내 논란에 대해 "공직자가 되기 전 발언"이라고 옹호하다 뒤늦게 공천을 취소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정봉주 의원 공천 취소에 대해 "살점 뜯어내는 심정"이라했지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실패한 불량품'이라고 한 데 대해선 "표현의 자유"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초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이번 총선의 승패를 가를 핵심 요인으로 '실점 줄이기'가 꼽힌다. 여야가 막말 후보 공천을 취소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여야 행보를 보면 막말로 득점 노리는 정치가 나올까 봐 걱정이 앞선다. 내 허울은 보지 못한 채 상대 허울만 보며 연일 비판하는 이들이, 상대방의 과거 막말 찾기 경쟁에 나설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막말 경쟁에 총선을 앞둔 시민들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보다 짜증이 더 크다. 두 자릿수를 넘는 무당층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막말 경쟁이 더해질 경우 정치권을 향한 짜증은 무관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무관심을 넘어 정치혐오로 향하지 않게 여야 모두 막말을 줄여야 한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