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핫플] '前민주 대 現민주' 영등포갑…"김영주의 배신" "쫓겨난 것"
'민주 탈당·국힘 입당' 4선 김영주 vs '민주 소속' 전 구청장 채현일
"친명 공천 싫어 김영주 투표"…"그렇게 쉽게 바뀔 당적인가, 신뢰↓"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전 민주당 의원' 대 '민주당 소속 전 구청장'
서울 영등포갑 선거구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현역 의원과 영등포구청장 출신의 민주당 후보가 맞붙으면서 22대 총선의 주요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현역 의원인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민주당 소속으로 내리 3선 한 지역구를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겨 수성해야 하고,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은 기존 민주당 텃밭을 지켜야 한다.
영등포갑은 대체로 민주당에 우호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모든 동(洞)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 후보에 앞섰다. 17~18대 총선에선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 넘겨주긴 했지만 19대 총선부터 제21대 총선까지 김영주 부의장이 의원직을 지켰다. 지난 총선에선 김 부의장이 문병호 미래통합당 후보를 17.98%p 차로 이겼다.
야권 세가 강한 지역인 만큼, 6일 만난 영등포갑 주민들은 민주당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 다만 최근 민주당의 공천 파동에 대해선 여론이 엇갈렸다. 민주당 공천 과정에 반발해 탈당한 김 부의장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다"는 유권자들과, "탈당할 만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김영주 부의장에게 투표할 것"이란 유권자들이 공존했다.
◇민주 텃밭 '영등포갑'…"김영주, 차라리 무소속 출마했다면 뽑았을 것"
도림동에서 수십년간 중국집을 운영한 김모 씨(57)는 "김영주 의원이 해놓은 것도 없이 배신을 하고 떠났다"며 "이 거리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그저께 모였는데, 다들 채현일 민주당 후보를 밀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30여년간 도림동에 거주한 민주당 지지자라고 했다.
채현일 후보를 뽑겠단 유권자들은 민주당이 김 부의장을 현역의원 하위 20%로 평가한 건 너무했다면서도, 탈당에 대해선 '선거용 이합집산'이란 반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김 부의장은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명단을 통보받은 지난달 19일 곧바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고, 보름여만인 지난 4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당산동에 사는 최모 씨(34)는 "영등포에 짧은 기간 살았지만 1년간 김 의원을 영등포에서 2~3번 목격했다. 그만큼 스킨십이 좋은 국회의원이라 생각했다"며 "의정활동에 대한 평도 좋아 이번 선거 때도 김 의원을 지지하려 했지만, 김 의원이 짧은 시일에 국민의힘으로 이적하면서 신뢰가 급락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민주당이 김 의원에게 낮은 평가를 하고 공천을 탈락시켰을 때 민주당이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탈당·입당이란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고려한 시간, 타이밍이 모두 최악이었다. 차라리 무소속 출마를 했다면 김 의원을 뽑았을 것"이라고 했다.
영등포시장에서 만난 박모 씨(27)는 "평소 지역에서 여당 비방성 현수막을 게시하던 김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했다고 바로 국민의힘에 입당한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쉽게 바꿀 당적이라면 정책도 제대로 된 본인의 가치관을 갖고 추진할 사람이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청장 출신의 채 후보가 영등포역 주변 불법 노점을 정비하는 등 구도심 영등포의 환경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신뢰가 간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영등포동에 사는 이모 씨(67)는 "김 의원이든 채 후보든 지역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채 후보가 4년 동안 구청장을 하면서 영등포역 주변의 불법 노점도 정리됐다. 행정력이 있는 사람 같다"고 말했다.
◇"'비명 횡사' 공천에 탈당한 김영주 이해해"…민주 공천파동 반발도
하지만 민주당이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친명(친이재명계)횡재, 비명(비이재명)횡사' 논란이 일었던 만큼, 김 부의장의 탈당 및 국민의힘 입당이 이해된다는 목소리도 상당했다. 친명 중심의 민주당 공천에 대한 반발로 김 부의장을 투표하겠단 유권자들도 있었다.
양평동에 사는 황모 씨(41)는 "과거부터 지지하는 특정 정당이 없었으나 현재 민주당의 친명 위주의 공천 방식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탈당한 의원들의 탈당이 이해된다"며 "민주당의 '우리만이 정의다'라는 기조가 너무 싫어서 김영주 의원에게 투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림동에 사는 한모 씨(29)는 "친명 중심의 공천에서 김 의원이 그냥 쫓겨난 것 같아서 안쓰러웠다"며 "평소 국민의힘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이곳이 그냥 민주당 소속이면 뽑아주는 곳은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4년간 구청장이었던 채 후보보다 12년간 지역구를 지켜 온 김 의원의 지역 현안 이해도를 더 신뢰하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채 후보의 구청장 시절 성과가 전임 구청장 시절부터 추진돼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평동에서 10여 년 살아온 장모 씨(52)는 "물론 채 후보가 일머리가 있단 평가를 받는 건 알지만, 영중로 환경 개선 등은 채 후보가 구청장이 되기 전, 전임 구청장 시절부터 추진해 오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부의장이 목동선 선유고역을 만들겠다고 공약했었는데 집권여당 소속이 된 만큼 더 빨리 추진될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김 부의장은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선거 캠프를 가동할 예정이다. 김 부의장은 선유고가를 철거해 경관을 개선한 성과와 국회대로 인근 실개천 도심숲 조성, 목동선 선유고역 유치 등의 공약을 강조하며 지역 현안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채현일 후보는 지난 5일 이재명 대표의 지지 방문에 이어 선거운동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채 후보는 구청장 시절 영등포역 불법 노점 정비 등의 성과를 강조하면서 영등포역 중심 철도 지하화, 문래 대선제분 부지 문화발전소 건립 등의 공약을 내세운단 방침이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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