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끝판왕·구정물 공천'…한동훈식 화법 '통쾌 또는 아슬'
한동훈, 최근 민주당 향한 발언 수위↑… 직설적 표현·비유 특징
중도층 확장 등 외연 공략엔 한계 있다는 지적도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야권을 향해 연일 쏟아내는 비판 발언의 표현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쉬운 단어를 조합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곧바로 담는 직설화법을 즐긴다. 청중이 직관적으로 이해하도록 가정이나 비유를 적극 활용하는 점도 특징이다.
일각에선 이같은 말하기 특성이 '정치 신인' 한 위원장의 호감도를 높이고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질문을 받을 때 즉답을 피하고,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방식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감성을 중요시하다 보니 감정이 과하게 표현되는 점도 중도층 지지를 끌어내는데 한계라는 평가도 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매일 현장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공천 과정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5일 이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만남에 대해 "국민에게 대단히 해로운 결합"이라고 표현하며 "속내를 다 들킨 바엔 그냥 막장으로 가자는 생각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지난 4일엔 민주당이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를 보좌했던 권향엽 후보를 단수공천 한 점에 대해 "사천 끝판왕"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전 국회부의장 등 현역 의원 집단 탈당 등 잡음이 일어나는 민주당 공천 전반에 대해선 "새 물이 아닌 구정물을 집어넣는 공천"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공세 과정에서 가정 또는 비유적 표현을 자주 활용하는 점도 눈에 띈다. 하위 20% 평가 통보에 반발해 민주당을 탈당 후 국민의힘에 입당한 김영주 전 국회부의장에 대해 한 위원장은 "김영주가 0점이면 이재명은 마이너스 200점쯤"이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앞서 이 대표는 김 전 부의장이 공직자 윤리 항목에서 0점 처리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외에도 한 위원장은 이 대표에게 1대1 토론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사회자로 김어준 씨를 내세워도 상관없다", "(이 대표가) 묵비권을 행사해도 된다"며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임을 환기했다.
한 위원장의 말하기 방식은 두루뭉술하고 모호한 표현으로 대표되는 기존 여의도 문법과는 대조된다는 평가다. 이런 화법이 '정치 신인' 이미지와 겹치면서 참신함을 부각하는 동시에 차기 대권 주자 및 당내 주요 인사로서의 입지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아리송하거나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음으로써 대중의 공감을 끌어내려는 전략이 보인다"면서 "대선 주자로 뛴 경험이 있는 이재명 대표에게 토론을 요구하거나 거센 표현을 사용하는 부분에선 동반자 효과를 기대하는 부분도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 위원장의 이런 '사이다 화법'은 정통 보수층 사이에서 한 위원장 개인의 평판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중도층 등 다양한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총선 상황에선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민 대표(정치컨설팅 민)는 "지적인 이미지 등을 고려할 때 논리적이고 즉각적으로 주장을 받아치는 현재 모습은 지지층으로부터 굳건한 신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핍박을 받을 땐 공세적 태도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당의 대표적 강자 위치를 차지한 지금도 현 태도를 유지하면 전 국민적 지지를 받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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