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핫플] '운동권 매치' 마포을…"그래도 정청래" "새바람 함운경"

3선 현역 정청래 민주당 의원 vs 운동권 저격수 함운경
직전 총선서 큰 표 차로 정청래 승리…이후 대선·지선 변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정청래 피로감이 높아요." "국민의힘 후보가 누구죠?“

서울 마포을은 4·10 총선에서 '운동권 정청래'와 '운동권 저격수 함운경' 대결로 치러진다.

지난달 29일 찾은 마포을 일대의 표심은 지역 특성에 따라 갈렸다. 기존 도심은 '그래도 민주당'을, 신축 아파트 중심으로는 '새로운 바람'을 외쳤다.

◇강성 운동권 현역 정청래 vs 운동권 저격수 함운경 도전장

마포을은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이 현역이다. 건국대 85학번인 정 최고위원은 1989년 서울 주한미국대사관저 점거 사건을 주도한 강성 운동권 출신이다. 당내에선 친명(친이재명)계이며 스피커로 통한다. 제17대 총선부터 제19대·제21대에서 같은 지역구로 당선됐을 정도로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

망원역 인근에서 만난 김모 씨(66)는 "지난 총선에서도 정 최고위원에게 투표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정 최고위원을 찍을 예정"이라며 "국민의힘이 제대로 못 하고 있으니 정 최고위원에게 더 강하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김모 씨 역시 "가족 모두 민주당 지지자"라며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정 최고위원의 대항마로 함운경 민주화운동 동지회장을 전략 공천했다.

함 회장도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이었다. 서울대 물리학과 82학번으로, 1985년 '민족통일·민주 쟁취·민주 해방 투쟁위원회'(삼민투) 공동위원장으로서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하다 투옥됐다.

함 회장은 1996년 무소속으로 서울 관악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를 시작으로 민주당 계열로 수차례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시고 전북 군산에서 횟집을 하며 운동권 적폐 청산 운동에 앞장섰다. 2022년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으며,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땐 민주당의 '후쿠시마 괴담'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바 있다.

망원동에서 철물점을 운영 중인 60대 이모 씨는 "정청래는 안 된다. 우리 지역을 위해서 한 일이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지난 번에도 보수에 표를 줬다. 이번에도 함 회장을 뽑긴 할 텐데, 좀 두고 봐야겠다"고 전했다.

제20대 총선에서 정 최고위원을 뽑았다는 30대 직장인 윤모 씨는 "정 최고위원이 너무 오래해서 피로도가 있다. 이번엔 뽑지 않을 것"이라며 "장혜영 녹색정의당 후보를 뽑고 싶은데 사표 우려가 있어서 고민 된다. 함 회장이 왜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전향했는지 납득이 안 돼서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함운경 민주화운동 동지회장. 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민주당 텃밭이지만 기류 변화…신규 쓰레기 매립지가 변수

마포을은 민주당 강세 지역구로 여겨진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마포을은 서강동·서교동·합정동·망원1동·망원2동·연남동·성산1동·성산2동·상암동 등이 해당된다.

정 최고위원이 제17대에 처음으로 승기를 잡은 2004년 이후 제18대 강용석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하곤 내리 3번의 총선을 민주당이 승리했다. 정 최고위원은 직전 총선에선 김성동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를 16.97%p 차이로 크게 제쳤다.

하지만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선 성산1동을 제외하고 모든 행정동에서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 민주당 후보보다 표를 많이 받았다.

이듬해 3월 대선에선 서강동·서교동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눌렀다. 서교동은 신승이었지만, 고가 아파트가 포진해 있는 서강동의 경우 크게 따돌렸다. 같은 해 6월 서울시장 선거 땐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송영길 민주당 후보를 전체에서 이겼다. 12년 만에 마포구청장도 탈환하며 국민의힘 바람이 불었다.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며 주민 구성이 바뀐 데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표심이 변했다고 정치권은 판단했다. 여기에 지난해 4000세대 규모 성산시영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등으로 여권 내에선 기대감이 커졌다.

서강동에 거주하는 이모 씨(63)는 "될 사람이 아니라 됐으면 하는 사람을 뽑는 선거"라며 "변화가 싫고 안정적으로 가고 싶다. 국민의힘을 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변수는 마포을 최대 이슈인 신규 쓰레기 소각장 건립이다. 서울시 계획대로라면 2만1000m² 규모의 신규 소각장은 이르면 오는 2027년 공사를 마무리하고 시운전에 들어간다.

서울시가 2022년 8월 상암동을 신규 소각장으로 선정하면서 민심이 들끓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결정인 만큼 여당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상암동에 거주하는 조모 씨(35)는 "이미지도 문제지만, 집값 하락과 아이 건강이 걱정된다"며 "소각장 백지화에 표를 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함운경 캠프 관계자는 "마포을은 운동권 매치가 아니라, 정치꾼과 생선 장수의 대결"이라며 "신규 쓰레기 소각장 문제의 경우 기존에 있는 소각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