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무덤' 시스템공천의 함정…국힘 현역 18명 중 3명만 탈락

이헌승·김상훈·주호영·송언석 등 대부분 생환…전봉민·이주환·김용판 탈락
시스템 공천 적용에 도전자 무더기 패배…인적쇄신 부족 지적 불가피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1차 경선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2.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국민의힘이 28일 발표한 경선 결과에 현역 의원이 대부분 승리하자 시스템공천이 정치신인들의 무덤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지역구 26곳(1차 경선 결선 2곳, 2차 경선 24곳)의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일부 지역구에서 현역 의원이 처음으로 공천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나왔지만, 지역구 현역 18명 중 단 3명만 탈락하면서 지난 1차 경선에 이어 기존 현역 의원들의 강세가 이어졌다.

부산에서는 이헌승 의원이 부산진을에서 정연욱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꺾었다. 금정구의 백종헌 의원은 김종천 부산가톨릭대 교수와의 대결에서 승리했다.

울산에서는 남을에 김기현 의원이 박맹우 전 울산시장을 꺾고 5선 도전에 나선다. 울주군 서범수 의원도 장능인 전 대통령직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 대변인을 꺾었다.

경북에서도 포항북 김정재 의원이 윤종진 전 국가보훈부 차관과 붙어 승리했고, 경주 김석기 의원이 이승환 수원대 특임교수를 꺾었다. 김천 송언석 의원도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제1차관과의 대결에서 승리했고, 구미갑 구자근·상주문경 임이자 의원 등 현역 의원들이 승전보를 전했다.

대구에서는 김상훈(서구), 김승수(북을), 주호영(수성갑) 의원 등 현역 의원이 승리하며 강세를 보였다.

다만 부산에서는 수영구 장예찬 전 최고위원이 현역 전봉민 의원을, 연제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현역 이주환 의원을 제치고 승리했다. 대구에선 달서구병 권영진 전 대구시장이 현역 김용판 의원을 꺾었다. 또 서울 양천갑 결선 경선에선 구자룡 비대위원이 현역 비례대표인 조수진 의원을 눌렀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이 처음 적용한 '시스템 공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시스템 공천은 현역에게 감점을 주고 신인에게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새 인물 등용과 공천쇄신을 이루자는 취지다.

그러나 경선에서 현역 의원들이 거의 모든 지역에서 강세를 보였다. 가감산 제도에만 의존하기 보다 지도부가 전략공천 등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은 그동안 당원 명부를 가지고 지역관리를 체계적으로 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자의 경우 인지도도 떨어지는 데다 경선이 시작돼야만 당원 명부를 볼 수 있어 구조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다.

현역 대거 생환에 공관위가 처음 공언한 '혁신 공천'과는 거리가 멀어졌다는 평가도 있다. 낮은 현역 교체율과 더불어 지난 21대 총선 때보다도 낮아진 여성 및 청년 비율에 인적 쇄신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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