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핫플] 명룡대전 계양을…"이재명 바꾼 것 없어" "원희룡 지역 몰라"
총선 최대 '빅매치'…민주 텃밭 속 집권당 후보에 기대감도
"쭉 투표한대로 민주에" vs "사법리스크 이재명보단 새 인물"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이른바 '명룡대전'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인천 계양을은 이번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전통적인 야권 강세 지역에 도전장을 낸 원 전 장관은 '공격수'를, 현역 의원인 이 대표는 '수비수' 역할을 해야 하는 구도다.
여야 잠룡이 맞붙는 '미니 대선급' 선거를 맞게 된 계양을 주민들의 민심은 엇갈렸다. "그래도 계양을은 민주당"이라는 반응과 함께, "새로운 바람이 필요한 때"라며 원 전 장관에 대한 기대감도 감지됐다. 계양을에 연고가 없다는 비판은 두 사람 모두의 약점으로 제기됐다.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 "늘 뽑던 대로…원희룡 계양 잘 몰라"
25일 계산동 한 아파트에서 만난 한 모 씨(67)는 "이번 총선에서도 이 대표에게 투표할 것"이라며 "원 전 장관이 특별히 싫거나 미운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 후보인 이 대표가 좀 더 바른 정치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줄곧 민주당 계열 정당 후보를 찍었다고 했다.
야권 세가 강한 지역인 만큼, 원 전 장관에 대한 호불호와 상관없이 평소 정치적 성향대로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단 주민들도 있었다. 계산동 출신인 27세 김 모 씨도 "부모님과 일가친척, 친구들이 쭉 민주당 지지자여서 이번 총선에서도 이 대표를 찍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지역은 보수의 전통적인 험지이자 진보의 텃밭이다. 계양을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제16대 총선부터 제18대 총선까지 3선을 하고, 제20대·21대 총선에서도 당선되면서 5선을 한 곳이다. 2010년 보궐선거를 제외하곤 20여년간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연고가 없는 원 전 장관이 지역 민심을 모른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지역에서 25년간 산 60대 서 모 씨는 "원 전 장관이 왜 계양을에 온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대기업이 계양산에 골프장을 지으려 할 때도 막아냈던 게 이곳 시민들인데, 원 전 장관이 계양산에 터널을 뚫겠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비판했다.
◇구도심서 원희룡 '새바람' 기대…"연고 없는 건 이재명도 마찬가지"
하지만 연고가 없는 것은 이 대표도 마찬가지다. 계양을은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위해 떠난 후 이 대표가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며 당선된 지역구다. 연고가 없는 이 대표가 2년 전 재·보궐선거에 나왔을 때도 예상과 달리 윤형선 당시 국민의힘 후보와 접전이란 여론조사가 발표되는 등 민주당으로선 뒷맛이 씁쓸했다.
계산동에서 25년간 산 김 모 씨(67)는 "원 전 장관도 계양에 연고가 없긴 하지만 이 대표도 연고가 없다는 건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의 원 전 장관이 구도심 계양을의 재개발, 재건축 수요를 충족시킬 것이란 기대감도 나왔다. 주민들은 인천 송도와 청라신도시 등으로 인구가 빠져나가고 계양구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상인 최 모 씨(70)는 "이 대표가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이 지역이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지역에서 늘 민주당만 찍어주다 보니까 발전된 게 없는 것 같아서 이번엔 한 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도심을 재개발·재건축하고 지하철 연장할 의지가 원 전 장관에게는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계속되고 있단 점을 들어 "이번엔 다른 선택을 하기로 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계양동에서 평생을 산 황 모 씨(37)도 "이 대표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로 걸려 있는 재판 때문에 지역구 올 시간도 없는 것 같고 비호감 이미지가 커졌다"며 "원 전 장관이 이 대표랑 견줄만한 거물급 인사기도 하고 중량감 있는 이미지 때문에 신뢰도 간다. 이번엔 원 전 장관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이천수·인요한' 흥행 선거전 돌입…이재명, 공천 확정 아직
민주당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지역인 만큼 원 전 장관은 선거전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천수 전 축구 국가대표가 후원회장을 맡았고, 이 전 대표의 사무실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에 사무실을 맡으며 치열한 선거전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원 전 장관의 승리를 위한 총력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원 전 장관이 단수공천을 받은 후 지난 23일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하루 종일 원 전 장관과 선거 유세를 했고, 전날(25일)에는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지원사격을 나서기도 했다.
이 대표는 아직 계양을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거 사무소를 꾸릴 수 없는 상태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선 원 전 장관에 앞서고 있다는 결과도 나왔지만 빠르게 선거전에 돌입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 대표 측은 "공천 작업이 마무리가 안 된 상태에서 공천 확정도 안 됐고 예비후보로 등록한 것도 아니라 선거 사무소를 꾸릴 순 없다"며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주민분들이 이 대표를 자주 못 봐 아쉬워하는 부분이 있다. 시·구 의원과 지역 당원들이 계속해서 주민들과 접촉하고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소통을 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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