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ICBM 개발 공학도에서 與 영입인재로…"북핵 해결책 있다"

[여야 인재영입 분석㉖]박충권 현대제철 책임연구원
"북 인권과 북핵 불가분…규제완화·창업지원도 관심"

국민의힘 영입인재인 박충권 현대제철 책임연구원(가운데)이 지난 1월8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인재영입환영식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1.8(국민의힘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박충권(38) 현대제철 책임연구원은 24살이던 2009년4월 두만강을 건너고 있었다. 은하2호 로켓 발사에 성공해 북한이 축제 분위기던 틈을 노렸다. 15년이 지난 지금, 국민의힘 영입인재가 된 박 책임연구원은 4·10 총선 비례대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그에게 정치 도전은 탈북에 이어 인생의 두 번째 전환점이다. 박 책임연구원은 "탈북할 때 가졌던 마음과 지금 가고자 하는 길이 일맥상통한다"고 했다.

◇北 ICBM 개발 인재에서 국민의힘 영입인재로

박 책임연구원은 탈북민 출신이면서 동시에 남·북한에서 모두 제도권 교육을 받은 과학기술 인재다.

북한에선 이공계 최우수 인재들이 모이는 김정은국방종합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김정은국방종합대학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한이 가장 공들이는 차세대 전략무기 개발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이름을 붙인 첫 대학으로 국내에는 2020년에야 그 존재가 알려졌다.

대학에서 학생 간부를 맡는 등 졸업 후에도 성공이 보장됐지만 박 책임연구원은 탈북을 결심했다. 그는 "졸업할 때가 되니 사람들이 좋은 곳에 배치되려고 뇌물을 주고 다니더라"며 "하부 조직의 문제고 중앙당만은 썩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지만 다 썩어있었다"고 말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북한을 바꾸는 일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품고 중국을 거쳐 한국행을 택했다. "북한 주민을 생각할 수 있는 나라는 동포인 한국이고, 통일을 이룰 나라도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서울대 재료공학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2018년 현대제철 연구개발본부에 입사했다. 그는 "마음 한편에는 탈북할 당시 생각이 남아있었다"고 했다. 통일에 기여하고 싶어 창업도 고민했고, 남북 관계와 정치 현안에 관심을 가지면서 남·북한 청년 모임도 주도했다.

지난해 11월 국민의힘에서 인재영입 제안이 왔을 때, 박 책임연구원은 탈북 당시를 떠올리며 고민에 빠졌다. 그는 "정치가 그렇게 가볍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 않나"라며 "하지만 항상 통일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기 때문에 운명인가 싶었다"고 했다.

국민의힘 영입인재인 박충권 현대제철 책임연구원(가운데)이 지난 1월8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인재영입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2024.1.8(국민의힘 홈페이지 갈무리)

◇탈북민이자 과학기술 인재…"북 인권 해결하면 북핵도 해결"

박 책임연구원은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 북핵 위협과 남북 관계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21일에는 탈북 청년들과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와 북한 인권 관련 간담회도 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물자 지원은 무기 개발을 도울 뿐이라며 부정적 입장이다. 대신 "북핵과 북한 주민 인권은 불가분의 관계"라며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면 핵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주민들의 인식 변화를 유도해 체제를 내부에서부터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박 책임연구원은 "북한의 장마당 세대와 그 이후 세대는 당의 혜택을 받지 않아서 부채감이 없고 충성심도 약하다. 북한도 상당한 위기감을 느껴서 북한 청년들이 한국에 동경심을 갖지 못하도록 미국보다 한국을 적대시하고 나선 것"이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어도 그 무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면 핵무기는 소용이 없다"고 했다.

분산된 탈북민 커뮤니티를 성장시키고 싶다는 목표도 있다. 그는 "국내 탈북민이 3만여명, 가족을 합치면 10만명 정도 된다"며 "이들을 중요한 안보 자산으로 활용해 북한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북핵 위협을 막을지 아이디어를 얻어야 한다"고 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대한민국 청년 공학도로서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규제 완화와 청년 창업 지원에 특히 관심이 많다.

그는 "기업에 근무하면서 규제가 기업을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도록 꽁꽁 묶어놓는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규제 완화에 에너지를 쏟고 싶다"며 "창업을 준비하면서 제조업 분야 창업자들을 만나봤는데 불편함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으로 창업하면 안 된다'는 말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brigh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