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준석 '빅텐트', 날림 합당 11일 만에 예견된 붕괴

애초부터 지지층·철학 다른 세력 졸속 합당…예정된 수순
이준석, 통합 노력없이 갈라치기…기대이하 지지율도 원인

이낙연·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2.1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제3지대 빅텐트를 구축한 개혁신당이 합당 선언 11일 만에 결별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표면상 선거 지휘권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이낙연 공동대표가 갈등을 드러냈지만, 애초 지지층과 철학이 다른 세력이 급히 합당한 것 자체가 근본적 이유로 꼽혀 이 같은 결별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오전 이낙연 대표는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 합의 이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됐다. 다시 새로운미래로 돌아가겠다. 당을 재정비하고 선거체제를 신속히 갖추겠다"며 개혁신당과 결별을 공식 선언했다.

앞서 개혁신당은 전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 정책 결정권을 이준석 대표에 위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또 해당 행위자에 대한 입당 심사를 위한 당원 자격 심사위원회도 설치하기로 했다.

그러자 새로운미래 이낙연 대표 측 김종민 최고위원은 최고위 의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운동 전체를 이준석 개인에게 맡기는 건 민주정당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며 "이건 전두환이 지금 나라가 어수선하니 국보위를 만들어 여기에 다 위임해달라고 국회를 해산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애초부터 지지층과 철학이 다른 세력들이 급히 합당해 태생적 한계를 가진 데다, 총선 주도권을 놓고 세력 간 충돌 문제가 반복돼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반응이다.

당초 이준석 대표는 합당 초기부터 함께한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뿐 아니라 새로 합류한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입당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이준석 대표는 통합 전 개혁신당의 보수 성향 당원 및 지지자들이 통합 후 탈당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자, 기존 개혁신당이 당의 '주류'라며 이들은 주류가 될 수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여기에 초반 합당 과정에서 당명과 대표 임명, 지도부 체제 결정 문제를 놓고 급하게 '임시봉합'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선거 지휘권과 당원 자격 심사권 등 총선 주도권을 놓고 세력 간 다툼이 이어져 균열이 점차 커졌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합당 이후에도 기대에 못 미치는 지지율이 이어지는 데 따른 현실적인 고려도 결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5~16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9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6.3%가 개혁신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합당 선언에 따른 '컨벤션 효과'도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또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개혁신당 지지도가 4%로 나타나면서, 직전 조사에서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 지지율이 각각 3%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합당 후 오히려 지지율이 빠졌다는 평가도 나왔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장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 측은 다시 정비를 거쳐 각자의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결별로 제3지대 세력들은 진정성 측면에서 치명상을 입었다는 평가다.

더구나 탈당으로 의석수가 5석 미만이 될 경우 국고보조금을 전액 반납하겠다고 밝혀 '실리'마저 잃을 처지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앞서 개혁신당이 보조금 지급 직전에 전격 합당과 추가 합류를 통해 보조금 6억6000만원(보조금 총액의 5%)을 지급받자 '위장결혼', '보조금 사기' 등 거센 비판을 받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의석이 5석 이상 20석 미만인 정당에는 보조금 총액의 5%가 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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