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비빔밥에 '영광의 고추장' 빠지면 [기자의눈]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민 출산휴가 급여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2024.2.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민 출산휴가 급여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2024.2.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신당의 지향점으로 또 한 번 '비빔밥'을 언급했다. 19일 개최된 관훈토론회에서 개혁신당을 주축으로 한 제 3지대 통합이 '잡탕'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이념적 지향 및 정책 스펙트럼이 다양한 세력이 함께하며 지지율 상승 등 시너지를 내길 기대했지만, 오히려 기존 당원 이탈, 당 지도부 내홍으로 이슈가 되는 등 서로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공동대표는 이런 갈등 상황에 대해 "합리적 토론 과정을 통해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비빔밥이 재료의 고유 색감과 식감을 유지하면서 하나의 요리를 완성하는 것처럼 당 지도부도 이견은 있지만, 이를 조정하며 통합된 의견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비빔밥 재료'에 정의당 출신인 배복주 전 부대표, 류호정 전 의원이 포함될 순 없냐는 질문엔 "생각이 존재하는 건 문제 없지만 주류 생각이 되긴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두 사람은 각각 장애인 이동권 이슈, 젠더 이슈와 관련해 이 공동대표와 각을 세운 전적이 있다. 두 사람이 합류하자 개혁신당 당원인 이 공동대표의 지지자들 일부는 불만을 품고 탈당을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개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비빔밥 테두리를 늘리려 한다"며 폭넓게 빅텐트를 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지금의 개혁신당은 테두리를 늘리긴커녕 오히려 좁히는 모양새다. 합당을 선언할 때만 해도 개혁신당 합류 세력은 역할을 분담해 대상층을 공략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선거 캠페인 주도권, 합류 인사 역할론 등을 두고 잡음이 잇따르며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이 공동대표는 지난달 14일 '미래대연합' 창당 축사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를 ‘영광의 고추장’으로 표현하며 추어올렸다. 이 공동대표는 "이 영광의 고추장까지 합해지면 제 생각에 비빔밥 기본 구성 요건은 다 갖춰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19일 오전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선 고성이 나오며 이낙연 공동대표와 김종민 위원이 자리를 박차고 나온 뒤 '이준석 사당화'라며 의결 과정을 비판하는 의견문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국민 반응도 냉담하다. 최근 이어진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혁신당 지지율은 지역구·비례대표를 포함해 6~8%대를 유지하고 있다. 통상 제3지대 통합 직후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위기의식을 가지고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공동대표는 2021년 국민의힘 당대표 수락 시절에도 비빔밥을 언급하면서 "재료를 모두 갈아서 밥 위에 얹는다면 우중충한 빛깔일 것"이라면서 "소중한 개성을 갈아버리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공동대표의 '비빔밥론'이 탄력을 얻으려면 고명을 뭉개 잡탕을 만들기보단 고명 간 조화를 모색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