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중진의 다른 활용법…PK는 '험지 탈환'·TK는 '인적쇄신'
PK, '낙동강벨트' 경쟁 구도 속 한동훈식 '곱셈'정치에 중진 활용
TK, '여권 독주'활용법 제한적, 인적쇄신 카드로…개혁신당 출마 변수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국민의힘이 전통적 보수텃밭인 영남권의 두 축인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울산)지역에서 엇갈린 중진 의원 활용법을 보이고 있다.
차이의 핵심은 정치 지형이다. 보수강세 속에서도 여야가 '경쟁'하는 PK에서 중진 의원은 야당 우세지역을 탈환하는 전략카드로 활용되는 반면, 여권 일색의 TK에서는 공천심사에 주력하고 있다.
14일 여권에 따르면 당은 낙동강벨트에 PK지역 중진인 5선 서병수, 3선 김태호·조해진 의원을 차출했다. 부산 부산진갑이 지역구인 서 의원은 부산 북·강서갑에서 재선 전재수 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지역 탈환에 나선다.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의 김 의원은 경남 양산을에서 김두관 민주당 의원과 '전직 경남도지사' 간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의 조 의원은 경남 김해을에서 재선 김정호 민주당 의원과 대결한다.
낙동강벨트는 부산 북·강서구와 사상구·사하구, 경남 김해시·양산시 등 낙동강을 끼고 있는 9개 선거구를 지칭한다. 이 지역에는 3선 민홍철 의원(김해갑)을 비롯해 재선 김정호(김해을)·전재수(부산 북강서갑)·최인호(사하갑)·김두관(양산을) 등 5명의 민주당 의원이 있다.
여당은 이곳을 '험지'로 판단하고 이 지역 공략을 위해 지역 중진 의원 차출을 선택했다. 재선 이상 야당 의원들이 있는 만큼 중량급 인사를 통해 지역을 탈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지역 탈환과 함께 인적쇄신 전략도 숨어있다. 매년 선거철이면 영남지역 중진의원을 향해 쇄신 바람이 불었다. 이 과정에서 공천갈등을 앓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중진 의원들의 지역 내 험지 출마를 통해 기존 중진의원 지역구에서 자연스럽게 인적쇄신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한 모습이다.
이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외친, 기존 지역구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민주당 지역구를 뺏는 '곱셈' 정치에도 부합한다는 평가다.
눈에 띄는 점은 같은 영남인 TK에서는 이같은 중진들을 향한 험지출마 요청이 없다는 점이다. 이는 TK와 PK의 정치지형에 따른 차이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PK에서는 낙동강벨트 외에도 창원, 울산 등 노동자가 다수 있는 공업단지를 중심으로 야권 지지세가 형성돼 있다. 울산 북구의 이상헌 민주당 의원, 20대 총선에서 창원 성산구에서 당선된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이에 해당한다. 야권은 PK의 이들 지역에서 두 자릿수 이상 당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여당 일색인 TK에서는 중진 의원 활용법은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TK 중진들을 험지로 차출하기 위해서는 수도권밖에 없는데, 당선 가능성이 낮아 1석이 중요한 여권에 선택지가 될 수 없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여권에서는 영남권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 요구가 이어졌지만, 실제 수도권 험지로 출마한 사람은 부산 해운대갑에서 3선을 지낸 하태경 의원뿐이다. 사실상 TK지역 중진 의원은 공천심사를 통한 인적쇄신 바람을 일으키는 데 사용되거나, 공천 후 지역 선거를 이끌 역할 정도만 맡을 것으로 보인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전날 TK지역 중진들에 대해 "TK는 특별히 험지라고 할 만한 곳은 없다"며 "그분들을 재배치해서 두 석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있을까"라고 했다.
개혁신당은 TK지역 중진 의원들의 행보에 변수로 꼽힌다.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앞서 TK 공략을 예고한 상황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중진의원 영입전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만약 중진의원들이 개혁신당 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보수표심이 분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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