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형' 선거제에 제3지대 속내 복잡…'비례용 중텐트' 치나

'빅텐트' 결합 대신 비례로 '느슨한 연대' 가능성
이준석 "다른 당과 분담 가능…부정하진 않아"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등 참석자들이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새로운미래(가칭)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2024.1.1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오는 4월 총선에서도 유지하겠다고 발표하자 제3지대 소수 정당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이라는 체급 조작으로 비례대표 의석 쟁탈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힘싸움이 더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제3지대가 지역구보다 비례대표 의석수 확보에 주력하기 위한 '비례대표용 중텐트'를 치고 맞대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제3지대 정당인 개혁신당·새로운미래·새로운선택 ·미래대연합과 같은 제3지대 소수 정당에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리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수를 적게 확보한 정당이라도 비례대표 의석수를 산술에 따라 자동 보충해주기 때문에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이 유리한 제도다. 양당 정치 외면 현상에 따라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의 제3지대 정당 창당이 속출한 최근 정치 지형에 긍정적인 선거 제도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를 살려 선거를 치르기는 쉽지 않다. 지난 21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이번 역시 거대 정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위성정당을 하나씩 만들어 선거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서다.

위성정당은 비례대표 의석수 확보만을 위해 만들어진 정당이다. 거대 당이 소수 정당을 자처하는 꼼수로 비판받았다. 국민의힘은 이달 중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창당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며 민주당도 통합형 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제3지대를 포함한 소수정당에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은 달갑지 않은 경쟁자다. 그러나 각 정당이 총선을 두 달 앞두고도 대연합을 이루는 '빅텐트' 구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소수 정당들이 느슨한 연대를 하기에 부담이 적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초 비례대표 선거제 개편안으로 논의한 병립형 또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가 비례하기 때문에 몸집이 클수록 유리했지만 준연동형을 적용하면 무리한 통합을 추진하지 않고 비례대표 의석수 확보만을 위한 '중텐트'를 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3지대 정당 관계자는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가 비례정당을 통해 의석을 나눠갖기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화학적 결합 없이 물리적 결합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는 있다"고 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조응천 미래대연합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2024.1.1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다만 제3지대 세력 내에서도 준연동형 제도를 대하는 시선은 엇갈리는 모양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기존 양당독점 정치구조와 정치 양극화의 폐해를 극대화하는 망국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례형 정당으로 선거제를 대응하느냐'는 물음에 "단 한 번도 위성정당 창당을 검토해본적이 없다"면서도 "빅텐트 논의를 구체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개혁신당을) 존속 정당으로 두고 어떤 정당과 분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수는 소수 정당들의 움직임이다.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 군소 정당과 연대해 세를 키울 경우 선거 판세가 또 한 번 복잡해질 가능성이 남아있다.

앞서 정의당과 녹색당은 선거연합정당으로 '녹색정의당'을 출범했다. 기본소득당,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 창당준비위원회는 '새진보연합'에서 연대하며 총선을 치르기로 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야당 간사인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통합형 비례정당에 참여하는 대상은 어디까지인가. 녹색당과 정의당도 포함하느냐'고 묻는 말에 "가능하면 민주개혁 세력으로 칭할 수 있는 세력은 전부 함께 하는 것이 목표"라고 답했다.

전날 이재명 대표는 당론으로 정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발표하며 "준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 결국 준(準)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점을 사과드린다. 같이 칼을 들 수는 없지만 방패라도 들어야 하는 불가피함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b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