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논란 김경율 불출마…한, 부담 덜었으나 리더십 '상처'
공천심사 앞두고 '사천' 논란 해소…당정갈등 봉합 시도 분석
'험지' 현실적 어려움도…이기는 공천, 운동권 청산 명분 '퇴색'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4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소개와 함께 서울 마포을 출마를 선언했지만, '사천' 논란이 불거지면서 당내 혼란 끝에 불출마를 선택한 것이다.
여권에서는 김 위원이 공천심사를 앞두고 사천 논란 해소를 통해 한 위원장 부담을 덜고, 나아가 '한동훈 비대위' 힘 싣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김 위원이 '운동권 청산'을 명분으로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에 이번 사퇴가 여당의 선거전략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의문이 남는다. 이같은 명분에 한동훈 위원장도 적극 지지해 왔다.
김 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22대 총선에서 출마하지 않는다. 숙고 끝에 내린 저희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제 결심"이라며 "총선 승리를 위해 비상대책위원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전날(3일)까지 진행된 당의 공천 신청 접수에도 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의 불출마 선언 배경에는 자신으로 인해 불거진 '사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조국흑서' 저자인 김 위원은 운동권 청산을 외치는 '한동훈 비대위'를 상징하는 인물로, 앞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지역구 서울 마포을 출마 의사를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1989년 서울 주한미국대사관을 점거해 폭탄 투척 및 방화 미수 사건을 주도한 강성 운동권 출신으로, 김 위원의 출마는 86세대 청산을 위한 전략공천으로 풀이됐다.
특히 한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 위원의 마포을 출마 소식을 직접 전하며 그에게 힘을 실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의 이같은 행보는 '사천' 논란으로 이어졌다. '시스템공천'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이 이에 실망했다는 보도와 함께 당정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지역에서는 사천 논란에 대한 반발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은 자신의 불출마로 사천 논란의 마침표 찍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당정갈등 봉합을 위한 선택이란 분석도 있다.
'찐윤'(진짜 윤석열) 이철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은 이날 MBN '시사스페셜'에 출연해 김 비대위원 불출마에 대해 "본인의 마포을 출마 선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당의 화합과 결속에 장애 요소가 될까봐 대승적 결단을 내리신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김 위원이 비대위원 사퇴가 아닌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주목받고 있다.
앞선 당정 갈등 이후 여권에서는 김 비대위원의 비대위원 사퇴를 양측의 갈등봉합을 위한 전제조건이란 시선이 많았다. 공천심사를 받아야 할 후보가 당 지도부 일원으로 남아있는 것이 부적절해 사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란 목소리도 컸다.
이에 김 위원이 출마 대신 비대위를 선택함으로써 비대위원으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한동훈 비대위'에 힘 싣기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경우 한 위원장의 리더십이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당정 갈등에도 한 위원장이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모습을 보였으나 김 위원의 사퇴로 빛이 바랬다. 당초 한 위원장은 김 위원의 비대위원 사퇴조차도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해 왔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사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이기는 공천'을 강조해왔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번 불출마가 한 위원장에게 부담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여러 사정을 고려해, 본인 말씀대로 총선 승리에 가장 도움 되는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현실적 이유도 김 위원이 불출마를 선택한 이유로 꼽힌다.
리서치앤리서치가 펀앤드마이크 의뢰로 지난 1월29~30일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청래 최고위원 45%, 김 비대위원 3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지역 정당지지율은 민주당 41%, 국민의힘 30%로 조사됐다.
일각에서는 한 위원장이 직접 출마를 소개한 김 비대위원의 불출마가 오히려 한 위원장 리더십에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조사 51%, 자동응답전화조사 49%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6.2%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4%포인트다.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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