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경기 분도' 가로채기…與 프리미엄까지 살린다

여당 주도 '메가시티론'에 야당 '경기 분도론' 흡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설 명절을 앞둔 2일 오후 경기도 구리시 구리전통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만나고 있다. 2024.2.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여당의 '메가시티론'에 대한 야당의 대응 논리인 '경기 분도'를 오히려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수도권 표심을 고려한 중도 확장에 나섰다.

전날(1일) 한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우리 당은 경기도에 사시는 동료 시민들의 실질적 삶을 개선하기 위해 행정구역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 단순히 서울시에 편입되길 원하는 지역뿐만 아니라 각 지역에 원하는 점을 모두 지원하겠다"며 "주로 민주당이 많이 말했던 경기 분도도 적극적으로 정부·여당에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직후 비대위는 기존에 활동을 마친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를 확대·개편한 '서울과 경기의 생활권 재편을 위한 당내 특별위원회'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위원장에는 당 전략기획부총장이자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배준영 의원(인천 중구강화옹진)을 임명했다.

당은 TF 활동을 통해 서울 편입과 경기 분도를 투트랙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처럼 한 위원장이 야당의 주장까지 적극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총선에서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의 중도 표심을 노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평소 '좋은 정책이면 진영을 가리지 않고 받겠다'는 지론을 보여왔다.

그는 지난달 31일 경기 수원시 현장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위 위원으로 야당 출신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고려할 수 있는지 묻는 말에 "저는 정치는 누가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서로 생각이 같다면 누구든 같이 못 할 이유 뭐가 있겠냐. 중요한 건 이 길의 끝에서 경기도 시민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는 것, 저희는 그것만 보고 가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여기에 한 위원장이 총선을 앞두고 행정력을 동원할 수 있는 '여당 프리미엄'을 업고 야당과의 차별화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한 위원장은 취임 이후 전국 행보를 하며 여당의 정책 공약은 예산 및 행정이 뒷받침돼 현실화가 가능하지만 야당의 정책 공약은 공약일 뿐이라며 대비하는 등 '힘 있는 여당론'을 강조해 온 바 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광주시당 신년 인사회와 충북도당 신년 인사회에서 각각 "우리는 정부여당이다. 우리 국민의힘을 이끌면서 그 고마움과 존경의 마음을 정책으로써, 예산으로써, 행정으로써 표현하고 실천할 것", "대통령을 보유한 우리의 정책은 현금이고, 민주당의 정책은 약속 어음일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한 위원장은 프레임 전쟁에서 야당을 겨냥한 '운동권 청산' 프레임을 부각해 도덕성 우위를 가져가는 한편, 정책 대결에선 야당의 반박 논리마저 흡수해 실리를 챙기는 여당 프리미엄을 누리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당 차원에서도 경기 분도뿐 아니라 여야가 나란히 발표한 저출생, 지하철 지하화 관련 공약 등 기타 공통 공약에 이 같은 방침을 적용해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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