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세수 펑크에도…여야는 '철도 지하화' 수십조 공약 남발
철도지하화 50조 필요한데 재원 마련 방안은 빠져
석병훈 교수 "의무지출 늘면 미래세대엔 부담될 수밖에" 지적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지난해 경기 불황으로 국세가 당초 예상보다 56조4000억원 덜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세수 통계를 전산화한 1990년 이후 결손 기준 역대 최대치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야는 최소 수조 원에서 수십조원이 드는 총선용 정책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저출생·철도 지하화·소상공인 지원 등 같은 분야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며 공약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는 1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을 찾아 철도 지하화 공약을 발표했다. 이번 공약에는 수도권 도심 구간을 지나가는 지상철·GTX·도시철도 등을 모두 지하화하는 방향의 정책이 담겼다. 경인선과 경의중앙선, 경원선, 경춘·경부선을 포함한 서울 지상철 등을 전부 지하화하는 것이 목표다.
한 위원장 역시 전날 경기도 수원시를 방문해 철도 지하화 공약을 발표했다. 지상철도 지하화를 통해 상부 공간과 주변 부지의 통합개발을 통해 미래형 도시공간으로 재창조하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하지만 양당 모두 필요한 재원 액수와 구체적인 마련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 역시 지난달 25일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철도를 지하로 옮기는 '철도 지하화 사업'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철도·도로 지하화 사업비 규모가 약 65조2000억원 수준인데, 그중 50조원이 철도 지하화에 해당한다. 하지만 정부는 별도의 재정 투입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업시행자가 채권 발행으로 재원을 먼저 조달하면 상부 개발 이익으로 사업 비용을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과 이 대표는 저출생 대책을 놓고도 맞붙었다. 국민의힘은 총선 1호 공약으로 저출생 종합 대책을 발표했는데, 정부 재정 3조원가량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도 모든 신혼부부가 가구당 10년 만기 1억원 대출도 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저출산 정책 패키지를 공개했다. 연간 약 28조 정도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이 대표는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선 보편적 출생지원 원칙에 기초해 분할 목돈 지원 방식을 포함하는 '출생 기본소득'을 제안했다. 국가가 대학등록금 등 교육비를 전부 부담하는 무상 대학 교육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재원 대책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에 올해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9%에 달하는 상태에서 정치권이 재정 지출을 늘리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정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 연간 국세수입 현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수입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로는 51조9000억원 줄었다. 법인세가 23조2000억원 줄었다. 부동산 등 자산시장 침체에 따라 양도세가 14조7000억원 감소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원 조달 없이 총선을 앞두고 지르는 식의 공약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복지 지출이 대부분 의무 지출과 관련되는데,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가 갈수록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석 교수는 "앞으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의무지출 관련 복지 공약은 아무리 세수가 줄어도 손댈 수가 없기 때문에 미래세대에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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