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축사한 '원조 86세대 토론회'서…"운동권은 시대적 지진아"

황상무 "운동권 논리대로 갔으면 우리나라는 베네수엘라 정도"
한동훈, 서면 축사…함운경 "시대적 지진아가 정치 장악"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경기 수원 영통구 한국나노기술원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3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운동권 정치세력'을 겨냥한 학술 토론회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축사를 보내고,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참석했다. 해당 토론회에선 운동권 출신 정치 세력을 '시대적 지진아'로 표현하는 등 강도 높은 비난이 나왔다.

총선을 70여일 앞둔 여당이 재차 '운동권 청산론'을 띄우는 것은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고 '정권 지지 대 정권 심판'의 구도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반칙과 특권의 청산을 위한 운동권 정치세력의 역사적 평가' 토론회에 보낸 서면 축사를 통해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특권 세력 청산은 시대정신"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운동권 특권 정치의 청산을 완성하기 위해선 유능하고 출중한 인물, 수준 높은 도덕성과 품격을 갖춘 인사들이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며 "86운동권 특권 세력을 대체할 훌륭한 인물들을 내세워 그들이 국민의 봉사자로서 우리 정치의 중심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취임 이후 '운동권 특권 정치 청산'을 강조하며 민주당 86운동권 정치인에 대한 맞춤형 저격수들을 내세우고 있다. 경제통인 윤희숙 전 의원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겨냥해 서울 중구·성동갑에 출마 선언을 했고, 김경율 비대위원은 정청래 최고위원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 출마를 밝힌 상태다.

이날 토론회에는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도 참석해 86운동권 정치세력이 대한민국 경제를 망가뜨렸다고 주장했다. 황 수석은 "지금 돌아보면 그때 당시 운동권 논리대로 갔으면 우리나라는 잘되면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정도였을 것"이라며 "운동권 교리를 그대로 따라 했으면 정확하게 북한이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수석은 "운동권이 공부를 제대로 안하고 모여서 망상으로 철 지난 이념을, 무덤에 들어간 이념을 꺼내서 공부해 빠져들었다"며 "대한민국 경제를 망가뜨리고 대한민국 경쟁력을 망가뜨리고 위상을 웃음거리와 조롱거리로 만든 건 운동권의 오도된 이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당시 우리가 가졌던 세계관 자체가 남로당 사관"이라며 "남로당 사관이 80년대에 들어오면서 더욱 발전하면서 주사파 세계관과 연결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장은 86운동권을 '시대적 지진아'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지진아'는 학습이나 지능의 발달이 더딘 아이를 의미하는 말로, 장애인 비하가 담겨 잘 쓰지 않는 표현이다. 민병두 전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9년 자유한국당을 '지진아'에 빗대 논란이 된 바 있다.

함 회장은 "우리가 독립된 지가 79년이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지금도 반일 독립운동이 필요하다고, 죽창가를 불러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렇게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우리는 뭐라고 해야 하냐. 시대적 지진아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함 회장은 "문제는 이런 시대적 지진아들이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네트워크를 통해서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 걸림돌을 청산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발제를 통해 "운동권의 불굴의 힘의 원천이 서사 외에도, 동지가 있고 투지가 있고 근성이 있고, 선전 선동 능력이 있다. 운동권이 갖고 있는 것을 (보수가) 갖고 있지 못한 것"이라며 "젊은 정치인들에게 이것에 대한 해결을 요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것은 한 위원장의 능력을 벗어나는 얘기"라며 "이 사회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운동권과 오랫동안 싸웠던 이들, 민주당의 통합진보당화, 민노당화와 싸워 온 사람들이 같이 손을 잡고 해결할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는 한 위원장이 '운동권 청산'이란 의제를 길게 끌고가면 안 된단 의견도 나왔다.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은 "한 위원장이 386 청산이라는 의제에 집착하고 너무 오래 물고 늘어지면 반드시 빠르게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운동권 이외의) 나머지 95%의 세대 위치, 평범한 60년대생들, 가난한 60년대생들,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비정규직이었던 사람들을 어떻게 발견하고 끌어안을 것인가 고민이 이뤄져야만 장기적인 성공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