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업은 한동훈 '공천 그립' 세진다…용산과 갈등 불씨는 남아

한동훈 윤재옥 당 기여도 평가…공천 채점 참여 당대표는 처음
"이회창 이후 가장 센 당대표" 평가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2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이밝음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 국면을 마무리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민심을 등에 업고 그립(장악력)을 강하게 가져가고 있다. 한 위원장은 앞으로 본격화할 총선 공천 심사 과정에서도 평가자로 참여한다. 정성 평가로 이뤄진 과거 공천 작업과 단순 비교는 어려우나, 당대표가 공천 채점 과정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1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공천을 신청한 현역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에 대한 심사에서 당 기여도가 20% 반영되는데, 의정활동 또는 당 활동의 데이터를 A~D 4단계로 분류해 상대평가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평가자로 참여한다. 주요 당직이나 상임위 간사를 맡았는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의사진행 방해)에 참여했는지, 법안을 얼마나 통과시켰는지, 지난 대선 때 얼마나 기여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계량화할 예정이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당대표가 당무 기여도를, 원내대표가 원내기여도를 평가한다"며 "합리적으로 데이터를 갖고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기여도를 정성적으로 평가했고, 이번에 계량화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토대로 설 연휴(2월9~12일) 직후 최소 7명의 컷오프(공천 배제)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무감사결과(30%), 컷오프 조사 결과(40%), 기여도(20%), 면접(10%) 점수를 합해 권역별로 하위 10%를 선정한다.

이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공관위 조사는 의정활동 평가(30%) 재지지 여부(30%) 당내 경쟁력(20%) 당외 경쟁력(20%) 등 4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에 따라 당초 공지된 7명보다 대상이 늘어나거나 명단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한 위원장이 김경율 비대위원과 윤희숙 전 의원에 대한 '사천'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공천 심사 과정에까지 참여하자, 앞으로 본격화할 공천 국면에서 한 위원장의 당 장악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한 위원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천 논란에 "공천 확정 전까지 판사처럼 가만히 있어야 되느냐"며 "국민의힘 대표로서 이번 총선 시대정신에 대해 잘 설명할 임무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기기 위한 공천을 하는 과정에서 그런 의견은 충분히 감수하고 갈 것"이라고도 했다.

한 위원장이 공관위원장과 사무총장에 판사 출신을 중용한 것을 놓고도 정량 평가를 예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공천 배제자로 한번 낙인이 찍히면, 면접에서도 낮은 점수를 몰아줘 탈락시키는 관행이 있었다"며 "그런데 이번엔 법적 근거를 갖고 형량을 산출하는 판사 출신에게 공천 작업을 맡김으로써 주관적 판단이나 의지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한 위원장에 대해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이후 가장 권한이 센 당대표"(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31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 위원장의 장악력이 커지자, 당 일각에선 불편한 기류도 감지된다. 한 수도권 의원은 "양당제 소선구제에서는 공천이 필연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는데, 사람들의 이목을 주목시킨다는 이유만으로 전략공천을 하는 건 과거 제왕적인 당대표의 모습과 크게 다를 게 없다"고 우려했다.

향후 공천권을 놓고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의 갈등이 추가로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최대 50곳의 '전략공천' 지역구도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 당 입장에선 수도권 전략, 인물 경쟁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데, 대통령실이 대통령실 참모 출신이나 장차관급 인사를 공천하려 할 경우 당정이 다시 부딪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공천 과정에서 일부 잡음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공정한 공천, 설득력 있는 이기는 공천'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한 위원장이 그립을 쥘 것으로 전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갈등 과정에서 명분과 주도권을 확보했다"면서 "국민 지지라는 명분을 업고, 공천은 물론이고 당무 전반에 관해서 한 위원장의 역할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한 위원장이 대통령을 극진히 대우해 대통령의 권위를 충분히 인정해 주되, 공천과 당무는 원리원칙대로 하겠다는 투트랙 전략을 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총선에서 이겨야 하고, 당장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들이 신당으로 줄줄이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실에서도 더는 (한 위원장을 압박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