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잠식한 정치 테러…의혹만 들끓어 [기자의눈]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뉴스1 DB)/뉴스1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뉴스1 DB)/뉴스1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2024년 갑진년, 정치권의 1월은 '피습과 테러'로 요약된다.

제1야당 대표가 현장 일정 중 흉기에 찔린 사건 이후 24일 만에 국민의힘 유명 정치인인 배현진 의원이 '정치 테러'를 당했다.

여야 모두 '혐오 정치'를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자성을 촉구했다. 그러나 사태가 전개되는 양상을 보면 정치적 음모론의 유혹과 상대를 음해하려는 욕망을 떨쳐내지 못한 모습이다.

우리 정치는 최악의 정치테러를 겪고도 스스로 해결할 자정능력조차 없는 것인가.

배 의원은 지난 25일 15세 중학생으로부터 습격을 당했다. 범인이 10대 청소년이라고는 하지만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돌을 들고 머리를 겨냥해 십여차례 가격하는 무차별적인 폭력이었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일 부산 가덕도 현장에서 당한 테러는 더욱 심각하다. 가해자는 오랜 시간동안 이 대표의 동선을 따라 다녔다. 흉기는 미리 구입해 치명상을 입힐 수 있도록 가공한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미수에 그쳤지만 살의를 품은 범죄다.

여야 모두 연이은 정치 테러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배 의원의 피습 소식을 들은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상처가 저릿하다"고 했다.

반인륜적인 테러에 여야가 있을리 없고 남녀의 인식이 다를리 없다. 그러나 총선 70여일 앞둔 정치권은 이것 조차 정쟁의 소재로 삼고 있다. 배 의원이 당한 테러에 '여성 정치인'이라는 수식을 붙여 해석하는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당대표 테러대책위원회를 열고 지금까지 7차레나 회의를 했다. 이 대표 수사에 대한 경찰, 국가정보원 대처를 문제 삼는가 하면 배 의원의 피습을 계기로 이 대표 테러범의 신상 공개를 다시 촉구하고 나섰다.

경찰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높이는 모습이다. 경찰과 국가정보원 등 수사당국이 이 대표 사건 때 철저한 조사와 신상 정보 공개가 있었다면 배 의원에 대한 테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게 주장의 요지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당한 테러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반면 배 의원이 여성이라는 점과 함께 피의자가 미성년자라는 점을 부각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행태에 대해 정치권 내 비판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허은아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여성은 잠재적 피해자고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인가"라며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성별에 따른 이분법으로 고통의 우열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취약한 상황을 해결하는 일"이라고 했다.

여야 모두 정치 테러를 혐오하고 유감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대책과 진단을 두고선 각기 온도 차를 보이면서 총선을 70여일 앞둔 정치권도 비상 국면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정치테러에 대한 실효적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동안 총선의 시계는 어김없이 흘러가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물론 총선 예비후보의 행보가 이달 말부터 본격 진행된다. 현장을 누비며 유권자에게 한 발이라도 더 다가가려는 이들의 노력이 정치테러에 대한 우려로 멈추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ddakb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