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정치인 피습 대책은…"경호 인력 늘리고, 혐오정치 없애야"

한동훈 "여야 넘어 대책 생각해야"…윤재옥 "특단 대책 필요"
전문가들 "자비 들여 민간 경호 늘려야…정치권 깊은 반성해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거리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행인으로부터 머리를 가격당했다. 배 의원은 둔기로 추정되는 물체에 맞았으며, 피를 흘려 순천향병원으로 옮겨졌다. (배현진 의원실 제공) 2024.1.2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까지 괴한으로부터 습격을 당하면서 정치권에서는 테러로부터 정치인을 보호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26일 나왔다.

다만 대중과의 스킨십이 필요한 정치의 특성상 테러를 원천 차단할 방안은 마땅하지 않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는 여야 간 극한 갈등을 부추기는 '혐오 정치' 해소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습격 당일인 전날 배 의원이 입원한 순천향대학교 부속 서울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범죄 피해, 테러 피해는 진영의 문제, 당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대책을 잘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불문하고 후보자를 비롯한 선거 관련 일을 하는 모든 분에 대한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테러로부터 정치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경호 인력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여야 각각의 정치인에게 피습이 일어나면서 응징과 보복을 통해 폭력이 증폭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며 "사설 민간 경비를 당의 운영비 등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기본적으로 신변 보호 인력을 자비를 들여 배치하는 수밖에 없다"며 "국회의원 300명 모두에게 경찰이 서비스하는 경우는 전례도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치권에서는 경호를 늘리는 방안에 대해 난색을 표한다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시민들과의 스킨십이 특히 중요해진 때 경호가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한 현역의원은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과잉 경호 논란에 결국 인력을 확 축소하고 신원도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과 일일이 셀카를 찍어주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라며 "대부분 정치인은 아마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다가오는 시민을 제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근본적으로는 혐오 정치를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번은 야당의 대표, 그다음에 한 번은 여당의 강성이라고 알려진 의원을 습격한 것은 좌우가 극명하게 나뉜 정치의 반영"이라며 "정치권이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master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