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키즈' 한동훈, 20년 인연 尹과 정면 충돌 배경은

윤 대통령과 이례적 갈등 표출…정치 소신 변화 주목
총선 승리 당정관계 변화로 돌파구…'선민후사' 결정 해석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계 입문 한 달도 지나지 않아 '20년 인연' 윤석열 대통령과 정면충돌한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정치권에서는 '검사 한동훈'과 '정치인 한동훈'의 철학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총선 승리와 대권 가도를 향한 장기 목표를 위해서도 전향적 입장을 취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위원장과 윤 대통령 사이 정치적 마찰이 발생한 이유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갈등은 검사가 아닌 '정치인 한동훈'의 소신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 보궐선거에 참패한 당시 김기현 지도부 체제에서 꾸준히 제기된 수직적 당정관계 문제를 넘겨받은 채 취임했다.

취임 이후 한 위원장은 김건희 리스크와 수직적 당정관계 문제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당 안팎에서 꾸준히 받아왔고 한 위원장 역시 법무부 장관이 아닌 여당 대표로서 문제 인식 전환을 시작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을 통해 "상대 당대표가 일주일에 세, 네 번씩 중대범죄로 형사재판을 받는데도 왜 국민의힘이 압도하지 못하는지 함께 냉정하게 반성하자"며 "오늘 정치를 시작하면서 저부터 선민후사를 실천하겠다. 저는 용기를 내기로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 취임 한 달을 맞이하는 한 위원장 지지율이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도 문제를 다시 인식하고 돌파구를 고민한 배경으로 거론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장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한 위원장 지지도는 지난달 조사 대비 6%포인트 상승한 22%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선호도 4%로 처음 등장한 뒤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반면 한 위원장 취임 후 대통령 지지율은 30%대에 머무르고 정권 심판론은 50%를 웃도는 상황이 유지돼 총선 승리와 한 위원장의 차기 대권 행보에도 적신호가 켜질 우려가 커졌다.

특히 한 위원장 취임 후 국민의힘 호감도가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를 누리던 중 윤 대통령에게 대장동 의혹과 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건의한 결정 이후 지지율이 떨어지는 현상을 겪으면서 수직적 당정관계 문제를 해소할 필요성이 더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한동훈 위원장이 등장한 배경에 당과 대통령실 관계의 재정립과 같은 문제들이 있었다"며 "그러다 보니 (한 위원장이) 그런 부분을 더 의식할 수도 있었던 것이고 결과적으로 대통령실과 거리를 좀 더 멀어지게 만든 요인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2003년 광주지검 검사와 대전지검 천안지청 검사 신분으로 대검찰청 옛 중앙수사부 5대 그룹 대선자금 수사팀에서 함께했다. 이후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팀에서, 2017년 서울중앙지검에서, 2022년에는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으로 함께하며 20년을 알고 지낸 인연이다.

여권에서는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정면충돌하는 모양새가 공천을 비롯한 선거 과정에 혼란을 가중할 우려가 큰 만큼 양측이 갈등 봉합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사에 인용한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응답률은 14.3%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b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