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이겨도 본전 지면 낭패"…이재명 계양을 출마 접나

당내 계파 갈등 불씨 여전…제3지대 활발·'거물' 원희룡도 부담
'당대표 출마=총선 필패' 공식에 불출마?…박근혜·문재인 승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선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 총선 때마다 당대표의 지역구 출마는 총선 필패라는 여의도 공식이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천 과정에서 당내 계파 갈등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있는 데다, 당 밖에서 움직이고 있는 제3지대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대권 주자인 이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를 내려놓고 백의종군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가 기존 지역구에 출마하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맞붙게 된다. 초선인 이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도 인천 계양구을로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를 통과했다. 공천 과정에서 당리 당략에 따라 추후 지역구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핵심은 이 대표의 출마 여부 자체다. 당대표의 출마에 따라 역대 총선 성적표가 엇갈려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위기에도 불구하고 지역구 불출마로 승부수를 띄워 152석이라는 압승을 견인했다. 정권 말 여당의 대승은 이례적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는 1998년 보궐선거로 대구 달성군에서 제15대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된 후 제16대·제17대·제18대까지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4선을 했었다.

2016년 제20대 총선 땐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은 2015년 당대표 경선 출마에 나서면서부터 지역구 불출마를 약속했다. 부산 사상구를 지역구로 뒀던 초선의 문 전 대통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게 공천 전권을 줬고, 민주당은 123석을 차지하며 원내 제1당으로 등극했다.

2020년 제21대 총선을 이끈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도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당시 제13대 총선에서 서울 관악구 을에서만 5번 금배지를 달았고, 지역구를 세종시로 옮겨 7선을 지냈다. 공천에서 움직일 공간을 넓혀놓은 이 전 대표는 '시스템 공천'을 마련했고 민주당은 180석을 가져가는 기염을 토했다.

반대로, 당대표가 지역구에 출마하거나 적기를 놓친 경우 총선에서 모두 졌다. 제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민주당의 전신) 대표였던 한명숙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불출마 주도권을 뺏겼고, 총선이 가까워지자 비례 15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새누리당에 완패했다.

제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이끌던 김무성 전 의원은 제15대에서 제18대까지 내리 4선을 한 부산 중구·영도구에 출마했다. '공천 파동' 영향이 컸지만, 새누리당은 민주당에 제1당을 내줘야 했다.

제21대 총선에서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수도권 험지론' 압박에 못 이겨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구에 출마했지만 본인의 지역구는커녕 민주당에 크게 졌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3선 국회의원에 재선 제주도지사를 지낸 원 전 장관도 만만찮은 상대다. 이 대표가 지역구에 묶여 대선 후보급인 원희룡 전 장관과 겨루기에만 몰입한다면, 민주당의 총선판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당내에서 '이겨도 본전, 지면 낭패'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더군다나 민주당은 극성 지지층을 등에 업은 친명(친이재명)계의 득세로 어느 때보다 계파 갈등이 심하다. 제3지대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만큼 총선을 앞두고 탈당 러시로 인한 분당 우려도 있다.

이에 이 대표가 지역구 국회의원 대신 비례대표 출마를 선언해 전국 지원 유세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다. 이미 민주당 총선 공천관리위원회는 친명(친이재명)계 일색으로 구성돼 당 지도부의 '원팀론'이 의심받고 있다. 이 대표가 지역구를 포기하면, 통합과 인적 쇄신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바람을 타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대권 가도에 '파란불'이 뜰 가능성도 높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전날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는 국회의원을 또 한 번 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여권과 진보 진영의 가장 강력한 대권주자이기 때문에 본인이 여러 가지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다"며 불출마 가능성을 점쳤다.

다만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나고 기자들에게 "추후에 (이 대표의 총선 출마와 관련해) 나오면 말씀드리겠다"며 "총선 구도와 전략에 의해 결정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친명(친이재명)계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인천 계양구 을에서 나오는 거냐'는 질문에 "그럴 것 같다"고 답했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