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인기 '상한가' 여권은 '그대로'…지지율 '디커플링' 왜

리얼미터 국힘 지지율 10개월래 최고…컨벤션 효과 톡톡
"한 위원장, 尹대통령에 각 세우고 결국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충남 예산 덕산 스플라스리솜 그랜드홀에서 열린 충남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14/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새해 벽두부터 "충청인의 마음으로 살았다" "부산을 너무나 사랑한다" "진천에서 보낸 시간은 화양연화" 등 화려한 언변으로 전국을 누비며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한 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정치권에 등판한 후 젊고 스마트한 이미지, 패션 감각, 감각적인 화법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는 중국의 대문호 루쉰의 소설 속 "함께 가면 길이 된다"는 문장으로 출사표를 던졌고, 수락 연설에선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의 명연설을 인용하며 눈길을 끌었다.

새해 들어서는 텃밭 대구(정치적 출생지)부터 험지 광주(5월 정신), 캐스팅보트 충청도(충청인의 마음)까지 전국을 돌며 방문 지역과 인연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에 '팔도의 아들'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한 위원장은 오는 16일엔 인천시당, 17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 방문해, 수도권 위기론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위원장은 적시에 발언해 유권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능력도 뛰어나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그는 같은 날 비대위원장 취임 후 처음 참석한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대학생 학비를 획기적으로 경감시키는 방안을 논의해달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당 지도부나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위원들과도 사전에 논의되지 않은 깜짝 발언이었다고 한다.

광폭 행보에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선 한 위원장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장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한 위원장 지지도는 지난달 조사 대비 6%포인트 상승한 22%였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선호도 4%로 처음 등장한 뒤 꾸준히 상승해 이번 조사에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 지지율도 끌어올리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1~12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을 상대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지난 조사 대비 3.0%p 상승한 39.6%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2주차(41.5%) 이후 약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한 위원장 지지율이 대통령 지지율이나 정권 지원론으로 이어지지 않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은 과제로 남아 있다. 한 위원장 취임 후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대통령 지지율은 30%대 머무르고 있고, 정권 심판론은 여전히 50%를 웃돌고 있다. 한 위원장을 향한 호감도와 별개로 윤석열 정부를 향한 비판 여론이 상당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리얼미터가 지난 8~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6.3%, 부정 평가는 60.3%를 기록했다.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해 11월 3주차(35.6%) 이후 두 달 동안 30%대 중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정권심판론 기류도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한국갤럽의 같은 조사에서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51%, '현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5%였다. 지난달 5~7일 실시한 조사와 같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총선은 결국 대통령에 대한 중가평가라며, 대통령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정치 테러로 꼼짝도 못하는 사이 한 위원장이 전국을 다니며 국민의힘에 새로운 분위기를 이끌어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남은 문제는 한 위원장이 아니라 윤 대통령"이라며 "윤 대통령이 당과 관계를 정리하거나 국정운영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정부 여당이 한동훈 효과를 흡수해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김건희 여사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는 이미지가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 하는데, 한 위원장은 패션이 좋고 말도 아주 감각적으로 잘하기 때문에 이미지 상으로 갖출 건 다 갖춘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이제는 한 위원장의 정치력이 필요하다"며 "한 위원장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도 할 말을 해야 개인 지지율과 당, 대통령 지지율이 같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