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두번 비행기 왕복도"…총선 3개월, 의원들 지역구 관리 사활
아직 공천 전이지만…경쟁자에 뺏길까봐 '노심초사'
체육회 바둑대회 등 각종 행사 마다안해…"의원 없으면 보좌관 대타"
-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여야 의원들이 지역구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의정 활동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면서 한 표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잰걸음이 숨 가쁘게 이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총선 출마 예정인 여야 현역 의원들이 지역구 민심 청취를 위해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하루에 두 번, 한 주에 두 번씩 (지역에) 방문할 때도 있다"며 "열 번 정책을 설명하는 것보다 지역에서 한 번 얼굴을 비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자신의 텃밭을 비웠다가 경쟁자에게 지역을 빼앗길까 봐 '잠도 안 올 정도로' 불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행사 기념사진 단 한 장을 촬영하기 위해 비행기를 이용하는 결정도 불사한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의원 처지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거리가 먼 지역구 의원들은 상임위 및 의정 활동 일정에 따라 하루에도 몇 차례 서울과 지역을 왕복하는 경우도 있다.
한 보좌관은 "의원이 국회 일정이 많아 도저히 지역에 갈 수 없는 경우엔 제가 대신 참석해 인사드릴 때도 있다"며 "피치 못할 경우 일일이 전화를 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현역 의원들이 지역구 활동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총선 직전 유권자 표심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여야 모두 공천관리위원회를 통한 공천 여부조차 결정하기 전이지만 저인망식 선거운동으로 예비 후보 등 경쟁자를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한 전직 의원은 "몇 년간 지역에서 텃밭을 다지며 이번 총선만 준비해 왔다"며 "현역 의원 평판과 민심이 좋지 않은 틈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은 참석 장소에 경중을 가리지 않는다. 의정 보고, 정책 간담회부터 동문회, 향우회, 체육회, 바둑대회, 신입생 환영회까지 지역 대소사에 방문해 유권자를 만난다.
대구 달서구을을 지역구로 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24일 대구 달서구 학산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아 급식 봉사 후 당원들을 격려했다.
서울 서초구 출마를 예고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서울 중구·성동구갑)는 지난달 10일 서울 서초구 서초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탄소제로 환경운동회'에 참석해 학부모들을 만나기도 했다.
의원들이 지역구 활동에 몰두하는 동안 여야가 합의해야 하는 민생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오는 9일 본회의에서 이태원 특별법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법 시행을 총선 이후로 미루는 내용의 김진표 의장 중재안에도 야당과의 협의를 이루지 못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지역구 활동에 집중하느라 원내 이슈를 제대로 파악도 못 하는 의원도 있다"고 귀띔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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