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낙연 "민주당, 이대로 좋다는 분 본적 없어…입 다물고 있을 뿐"

"내가 간판될 생각 추호도 없다…제3지대 세력들 힘 합쳐야"
"한동훈, 변화쇼 할 것…대통령 충복으로 가려는 것 같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2.2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윤다혜 기자 최경환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뉴스1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대안 정치세력이 불가피하다"며 신당 창당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여러 제3지대 세력들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절대 안 된다는 분은 없다"며 "생각을 서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서 최소한의 목표에 대해선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20석은 기대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음은 이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해 올해 6월 귀국까지 1년 동안 어떤 생각이 들었나.

▶대한민국 큰일 났다. 나라가 여기저기 무너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대한민국은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지속가능한 나라인데 윤석열 정부 들어와 허물어지는 것 같은 위기감을 갖게 됐다.

-귀국 후 지금까지 정부에 대한 평가는.

▶도대체 기본이 안 된 정부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보이지 않는다. 국방부 정신교육 자료에 독도를 분쟁지역이라고 해 지도에서 아예 빼는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부산 엑스포 유치 결과는 119대 29인데,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그렇게 참패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세계가 대한민국을 지금 그렇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야당의 책임은 없나.

▶윤석열 정부는 검찰 공화국을 거의 완성했는데, 여기에는 민주당의 사법리스크가 명분의 일부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사법리스크가 있어 국민의 지지를 덜 얻고 정권에 대한 견제와 비판에 힘이 실리지 않은 것이다.

-민주당 측은 윤석열 정부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만든 것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것이 탄압이라고 말하는 게 과연 국민의 동의를 얼마나 얻을까. 더구나 이미 법원에서 유죄판결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탄압이라고 말할 것인가.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은 민주당의 혁신인가.

▶민주당이 의석 규모에 걸맞은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는 요인이 있다면 이를 제거해야 한다. 근데 그걸 지금 끌어안고 그대로 가고 있다. 그런 상태로는 역할을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는 방법은 인적 청산만 있나.

▶도덕성이 마비된 방탄 정당의 이미지를 씻어내야 한다. 그런 개선 의지를 한 번도 보인 적이 없다. 민주당은 변화를 거부하는, 변화가 불가능한 늪에 빠져있다.

-이재명 대표와 대화의 성과는.

▶측근을 통한 협의 채널이 바로 멎었다. 의견 접근 가능성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런 상태로 있다.

-협의 과정에서 진정성을 못 느꼈나.

▶그렇다. 기본적으로 변화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이 대표 측은 그냥 '닥치고 단합' 이런 생각이 강한 것 같고, 저는 변화와 혁신을 통한 단합이어야 국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생각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대화에 대한 의지보단 본인의 생각을 관철하기 위한 만남이라고 보나.

▶획기적인 변화를 위한 회동이라면 언제든 좋지만 단합한 것처럼 보여주기 위한 회동은 의미가 없다.

-처음 대표직 사퇴와 통합 비대위 요구를 제안한 후 지금까지 변화가 있었나.

▶새로운 제안을 들어본 적이 없다. 간접적으로도 들은 적이 없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2.2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그렇다면 앞으로의 계획이 중요할 것 같다.

▶제가 연말까지 민주당에 시간을 주겠다, 새해 초에는 제 생각을 국민께 말하겠다고 했다. 그 말씀 그대로 할 것이다. 조만간 제 생각을 국민께 밝히겠다.

-국민들께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

▶지금 대한민국이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가, 무엇이 위기의 본질인가, 정치를 이대로 둘 수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것들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게 될 것이다.

-현재의 정치구도를 바꾸기 위한 방법은.

▶대안의 정치세력이 불가피하다. 지금 정부는 이대로 가면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악의 정부로 기록될 게 분명하다. 이 암흑을 빨리 걷어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양당 구도는 검찰 독재와 방탄의 수렁에서 헤매고 있다. 그런 세력에게 국가의 운명을 통째로 맡길 수 없다.

-현재 상태에서 양당이 협치로 돌아갈 길은 찾기 어렵나.

▶지난 2년 동안 그렇게 시간을 다 보내왔다. 이대로 가면 총선까지도 정답 없는 시험지를 국민에게 강요하는 상태로 갈 것이다.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해야 한다.

-민주당이라는 정당은 이 전 대표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지 않나. 그런 결심을 하는데 마지막까지 고민했을 것 같다.

▶당연하다. 외롭고 괴로운 고민을 오랫동안 했다. 그런데 껍데기를 지키는 것이 더 옳은 것이냐 정신을 지키는 것이 더 옳은 것이냐를 놓고 보면, 정신을 지키는 것이 더 본질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지금의 민주당이 정신과 가치, 품격을 지키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인가.

▶민주당이 저지른 잘못 중 뼈아픈 건 민주화 운동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이다. 민주화 운동 전체를 국민들에게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렸다. 환골탈태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변화를 하지 않고는 우리가 자랑으로 여겨왔던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 품격을 지키고 있다고 말하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내에선 단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잘못된 방향이 아닌 옳은 방향으로 단합해야 한다. 아무 것도 변화시키지 못하는 지금의 민주당을 잠자코 따라만 다니는 것이 가치 있을까. 그 길이 막혀있다면 다른 길을 모색해보는 것이 더 가치 있을까. 저는 후자라고 생각했다. 자기들과 똑같지 않다고 함부로 말하는 것은 민주당답지 않다. 바로 그런 다양성을 죽이는 문화가 지금 민주당의 퇴락을 만들었다.

-민주당 지지자 중 약 70%는 신당은 안 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민주당 지지자 중 30%가 신당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보는 게 더 의미있다. 지금의 민주당은 다른 선택지를 드리지 말고 투표장에 안 가게 하거나 싫어도 민주당을 찍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게 민주당의 가치에 맞나. 양당이 싫다고 하면 국민이 아닌가. 그 분들을 정치 과정으로 모셔와서 우군으로 만들면 민주 세력의 외연이 커지는 것 아닌가.

-신당이 제3의 정치세력이 성장하는 에너지가 될 수 있을까.

▶거대 양당에 대한 불만과 국민의 절망적 분노가 지금처럼 축적된 적이 없었다. 저희도 이제 다당제로 가야 한다. 국가에 대한 마지막 봉사도 좋다는 마음으로 작은 도움이라도 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제가 무슨 간판이 되겠다든가 감투를 쓰겠다든가 하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제3지대 세력들이 몇 군데에서 나오고 있다. 이들과 같이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나.

▶정치가 이대로 좋다는 세력과 이대로는 안 된다는 세력이 진검승부를 해야할 것이다. 제3지대 세력들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대의에는 서로 일정 부분 동의하고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을 지지했던 세력들도 함께 할 수 있나.

▶각자가 뭘 하려고 한다는 것을 먼저 국민 앞에 내놔야 할 것이다. 그 다음에 가치를 조정하고 협력할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갈 것이다. 일을 하는 과정에선 얼굴이 아닌 가치를 먼저 봐야 한다. 그리고 정책이 공존할 것인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선거 시기가 되면 이념이 달라도 연합하는 경우가 있다. 보수 진영과도 함께 할 수 있나.

▶지금은 그걸 생각할 단계가 아니다.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는 같이 할 여지가 있나.

▶제가 봐왔던 바에 따르면 그분들도 현재의 상황이나 국가, 민주당에 대한 문제의식이 저와 완전히 일치했다. 다만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선 구체적인 논의를 하진 않았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생각으로 국가나 당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생각이 일치한다면 큰 틀에서 협력이라고 생각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한다.

▶적어도 집권당이라면 위기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가 나와야 한다. 누구를 청산하겠다, 이것만 가지고 과연 될까. 집권 세력의 무능을 먼저 반성하는 것이 순서다.

-한 위원장이 호남 출신이나 젊은 세대를 비대위에 기용한 것은 변화 노력이 아닌가.

▶변화쇼를 할 것이다. 김건희 특검법의 통과로 정권적 위기감이 고조됐을 것이다. 정권이 살아남기 위해 모든 일을 다하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한동훈 비대위에 대한 평가는.

▶한동훈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대통령과 깊은 신뢰관계를 갖고 있다면 차별화까지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며칠 동안 하는 걸 보면 더욱 충복으로 가려는 것 같다. 그러면 효과가 없다.

-내년 총선에서 어떤 시대정신을 제시할 것인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다시 세울 것인가. 그런 시민운동이 불 붙는 선거가 됐으면 좋겠다. 표현은 다듬을 필요가 있지만, 저는 '역량 국가'라는 표현을 한다. 개인이나 민간에 맡길 수 없는 위기들이 오고 있다. 거기에 대처할 역량을 모으지 못하는 무능함이 지금 정부에 있다.

-국민 입장에선 피부에 와닿는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듣고 싶어할 것 같다.

▶우선 역량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선 책임정치가 이뤄져야 한다. 두번째는 지금 국민들은 저녁에 먹을 반찬 가짓수를 걱정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저소득층 생활보호를 뛰어넘는 어떤 것이 시작돼야 한다. 국민들의 일상에 꼭 필요한 몇개 분야의 기초 서비스를 공공이 제공하는 체제로 단계적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또 안전을 완벽에 가깝게 추구하는 확보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 외교와 함께 평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제3세력을 추진하게 된다면 어떤 인물들이 참여할 수 있나.

▶청년층에 특별히 주목한다. 각 분야에서 성실히 사는, 이제 막 정치를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하려는 청년들에게 길을 열어드리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기성 정치인을 배제하겠다는 건 아닌데 거기에 집착하진 않겠다.

-원내 교섭단체 의석을 채우는 걸 현실적 목표로 삼을 것인가.

▶양당 정치의 폐해, 정치 양극화의 해악이 나타나지 않게 할 수 있는 정도의 최소한의 의석은 제3세력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는 생기지 않겠나 기대한다.

-현 제도 아래에서 최소한이라고 한다면 교섭단체 구성이다.

▶그렇다.

-양당의 공고한 기득권을 깨려면 이념의 벽을 치는 것보단 넓은 연대를 구상해야 하지 않나.

▶견해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의 생각에 부합해야 할 것이다. 상식과 균형, 실용의 기준으로 보면 보일 것이다.

-이준석·금태섭·양향자·이상민 같은 분들 중에 이런 사람은 같이 할 수 없겠다고 하는 분이 있나

▶지금 예시한 분들 중 절대 안 된다는 정도는 없는 것 같다.

-대화를 하기에 따라 함께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럴 수 있다.

-이들과 대화를 해 볼 의지는 있나.

▶생각을 서로 알아야 한다. 그 다음에 협력의 정도가 다를 수가 있다. 지금 누구와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를 할 만한 준비가 돼있지 않다.

-민주당 현역 의원 중 취지에 동감하는 의원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나.

▶그분들이 침묵하고 있지만 지금의 민주당이 이대로 좋다고 믿는 분이 다수일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원칙과상식에 공감하는 분들이 있다고 보나.

▶그럴 것이다. 이대로 좋다고 말하는 사람을 제가 본 적은 없다. 지금의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 기이한 침묵이 오히려 병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공천 과정에서 민주당의 쇄신이 이뤄질 여지는 없나.

▶지금 공천 과정의 시작이 잘 되고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바람직한 변화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뭔가 다른 것을 추구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주고 있지 않나. 그래선 안 된다.

-이번 선거에서 정부여당이 과반을 얻기 힘들다고 보나.

▶그렇게 본다.

-그 속에서 제3세력의 입지가 더 넓어질 수 있다고 보나.

▶지금 여당에 도저히 표를 줄 수 없다 근데 민주당도 마음에 안 든다, 하는 분을 모시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선 다당제를 시작하는 최고의 기회가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탈당하고 독자 행보를 한 후 원래의 정당으로 복귀하는 시나리오가 국민들에게는 익숙하다. 전혀 새로운 다른 정치의 길을 갈 것인가.

▶제가 연년세세 정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상상하지 않는다. 시작 정도를 제가 도와드리는 걸로 충분하다고 본다. 바라는 게 있다면, 이 기회에 다당제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대한민국이 지탱하지 못 할 수도 있다는 절박한 마음이 있다. 그저 다음 선거에 유리하니까 다시 큰 정당으로 기어 들어가자, 그런 못난 사람들이라면 국민들이 안 뽑아줬으면 좋겠다.

인터뷰=최경환 정치부장, 정리=문창석, 윤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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