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땡" 외쳤던 민주…당내선 '자신있게 vs 신중하게' 의견 분분

한동훈 등판에 '잘 됐다'…수직적 당정·정권심판론 심화 주장
'윤나땡' 외쳤지만 대선 패배 트라우마…"우리부터 개혁해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치고 직원들 박수를 받으며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3.12.2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잘 됐다는 반응과 위기라는 반응이 동시에 나오는 등 의견이 분분한 모습이다. 향후 '한동훈 비대위'에 대한 대응을 두고도 자신있게 공세를 강화하자는 견해와 신중하게 대응하자는 견해가 엇갈린다.

민주당 내에선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추대에 대해 '한동훈이 나오면 땡큐(한나땡)'라는 의견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검찰 후배인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이 되면 지금의 수직적 당정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란 견해다. 김건희 여사 의혹에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 야권이 공세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특히 한 장관은 윤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간주되는 만큼 표의 확장성 면에서 한계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현재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대 박스권에 갇힌 상황인데, 한 장관이 등판해도 지지층이 겹치는 만큼 현 수준에서 지지율이 고착된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을 강화할 수 있는 호재라는 주장도 나온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와 한동훈 장관의 비호감도가 거의 일치한다"며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대다수의 국민이 있는데 한동훈 장관이다? 저희는 땡큐다"라고 말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지난 20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 입장에선 저 분(한 장관)이 되는 게 상당히 반가운 일"이라며 "심판 프레임을 강화할 수 있는 존재적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 비주류에서도 비슷한 평가가 나온다. 원칙과상식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한동훈 비대위 출범에 대해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정국과 혁신의 주도권을 내주고 있었지만 국민의힘이 쥐고 있던 주도권을 스스로 걷어찼다"며 "국민의힘이 혁신을 포기한 지금이 민주당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선 지나친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립하면서 본의 아니게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실책을 반복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시 제기된 '윤석열 대망론'에 대해 "윤나땡(윤석열이 나오면 땡큐)"이라며 일축했지만, 민주당은 2년 후 대선에서 패배했다.

특히 현재 한 장관의 인기는 민주당이 만들어줬다는 시각이 중론인 만큼, 무작정 '때리기'만 하면 이번에도 한 장관의 몸집만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는 지난 정권에서 좌천 인사를 당하면서 전국적 인지도를 얻었고, 정권이 바뀐 후에도 '청담동 술자리', '과도한 해외 출장비' 등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보수 세력의 새로운 얼굴로 부각됐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한나땡 이런 얘기나 하고 앉아 있으면 국민들은 '저기는 몸부림이라도 치는데 너희들은 변화하고 혁신하기 위해서 뭘 하고 있다는 거야?' (라고 반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도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나땡 이런 식으로 안이한 정세 인식을 할 게 아니다"라며 "정신 차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여당이 한 장관이라는 기존 정치권 밖의 인물을 데려온 건 어쨌건 나름의 개혁 시도"라며 "그것을 굳이 깎아내리지도 말고 굳이 위기의식을 갖지도 말고, 그냥 우리가 할 개혁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