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박상우 청문회 공방…"LH 전관 카르텔" vs "찐 주거 전문가"(종합)

"LH사장 퇴임 후 설립 PNT글로벌, 용역계약 따내고 광고 집행"
박상우 "실거주 폐지 찬성" "갭투자 주거사다리 중요한 부분"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12.2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김도엽 기자 = 여야는 20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출신인 박 후보자의 전관예우 의혹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야당은 LH가 박 후보자가 만든 회사에 연구용역을 주고 광고비를 집행한 것 등을 집중 거론하며 공세를 펼쳤다. 반면 여당은 박 후보자를 '주거 분야 찐 전문가'로 평가하며, 저출생·지역소멸 문제 해결 등을 당부했다.

이날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박 후보자가 지난 2019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에서 퇴임한 후 2020년 2월 PNT글로벌을 관련 전문가들과 설립하며 사내이사로 참여한 점을 거론했다. 해당 업체는 지난해 9월 LH가 발주한 2억7800만원 규모의 베트남 산업단지 개발사업 활성화 용역 계약을 체결했는데, 박 후보자가 전관예우를 통해 계약을 따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위직에 있었던 공무원이 민간업체에 취직하거나 관련업을 창업해 공공수주를 하는 것은 전관예우가 아닌가"라며 "전임 장관은 전관 카르텔을 끊겠다고 강력하게 선언했는데, 전임 장관의 말에 의하면 후보자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과거 LH의 미분양 아파트의 전문분양위탁계약대행업자가 현재 박 후보자가 사내이사로 있는 PNT글로벌의 대표이사란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박 후보자가 설립한 신남방경제연구회에 대해 LH가 광고를 집행한 것을 두고 전관 특혜라고 주장했다. 광고는 7회에 걸쳐 총 2100만원이 집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허영 민주당 의원도 "2019년 7월 마지막 재산신고 이후 5억6000만원 정도의 채무를 상환했다"며 "이 시절 고려대 석좌교수, PNT글로벌 사내이사 등의 총소득은 5억원인데 한푼도 쓰지 않고 채무 상환해도 갚을 수 없는 규모"라며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박 후보자가 "깊이 생각해 본 바가 없다"며 말을 아끼자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소신없이 대통령과 여당 눈치만 보는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가 든다"고 비판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게 투기도 있겠지만, 주거 사다리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는 박 후보자의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조오섭 민주당 의원은 "장관 후보자는 말이 무거워야 한다"며 "주택보급률이 102%인데 자가보유율이 50%밖에 안 되는 이유는 무주택자가 집을 못 사고 돈 있는 사람이 갭투자로 전세를 끼고 사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깡통전세가 되고 전세피해가 발생하는 것 아니겠나"고 했다.

여당에선 저출생, 지역 소멸 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토부가 힘써달라는 당부가 이어졌다. 아울러 원희룡 장관의 LH혁신 방안, 층간소음 대책, 철도 지하화, GTX 연장 등 4대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 연속성도 강조했다.

국토위 여당 간사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박 후보자에 대해 "정책전문 정통관료 출신이라서, 주거분야 찐 전문가라고 들었다"고 평했다. 이어 "실거주 의무 폐지도 중요한데 안 되면 유연하게 탄력적인 중간 단계를 거치는 것도 필요하다"며 주택 처분 전까지만 실거주 의무를 다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검토해달라고 언급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시장을 왜곡한 부분이 있어 폐지되는데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며 "실거주 의무는 과열시장에서 투기를 막기 위해 쓰는 건데 지금은 시장상황이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겨울에 쓴 약은 여름이 되면 빨리 거둬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은 "국토부의 가장 큰 국가 현안은 균형발전 문제"라며 "누구보다 현실을 잘 아는 후보자"라고 강조했다.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결혼, 출산, 육아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관과 분위기를 형성해줄 것을 꼭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서울-양평 고속도로도 도마에 올랐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15차례 이상 국회에서 논의했다. 이제는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쳐서 최적안을 찾아 사업을 조속히 진행하는 게 어떤가"라고 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사업 추진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예산이 마무리 단계에 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60억원 정도면 하라는 뜻으로 알고, 중립적 입장에서 무엇이 제일 합리적·타당한 안인지 뜻을 모은 다음에 그 방법에 따라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