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구속에 '86 용퇴론' 재점화…86은 "집단퇴출은 정치공세"

당 위기 때마다 등장…운동권 맏형 송영길 구속, 세대교체 바람 불까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송영길 전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3.12.1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전민 기자 =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불거진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으로 민주당 내에서 다시금 86세대(운동권 출신 60년대생·80년대학번) 용퇴론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내부의 86용퇴론은 과거 당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등장했다. 처음 등장한 것은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당시 2015년 재·보궐선거에서 크게 패배한 직후였다.

당시 이동학 청년 혁신위원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으로 86세대 대표주자였던 이인영 의원에게 '586 전상서-더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 달라'는 제목의 공개편지를 보내 기득권을 내려놔달라고 촉구했다.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도 86용퇴론이 재등장했으나 힘을 받지는 못했다.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에도 재선 그룹을 중심으로 97세대(70년대생·90년대 학번) 기수론이 등장했지만, 전당대회 이후에는 다시 사그라들었다.

한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86 용퇴론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총선을 앞두고 한번 쯤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역시 송 전 대표가 86세대 대표 주자라는 점을 들어 공세에 나섰다. 윤재옥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송 전 대표의 발언과 행태 속에서 586 운동권의 씁쓸한 윤리적 몰락을 목격하게 된다"며 "부패, 꼰대 혹은 청렴 의식 없고 권력욕만 가득한 구태가 오늘날 그들의 자화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86세대가 사실상 민주당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으며, 특정 그룹을 겨냥해 공천 룰을 바꾸거나 배제할 경우 반발이 크게 일어날 수 있어 이번에도 용퇴론이 쉽게 힘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내 86세대 중 현재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사람은 우상호 의원 한명 뿐이다.

당장 86세대 내부에서는 반발이 나온다. 전대협 3기 의장으로 역시 86세대 대표주자 중 한명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20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저희들이 무슨 과거 군 하나회나 지금 윤석열 사단처럼 우리끼리 모여서 우리가 한번 해 먹자 그런 적은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집단적으로 몰아서 퇴출 대상이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임 전 실장은 "덧셈 정치를 해서 모두가 통합, 연대해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멈춰 세우고, 총선 이후에 민주당을 재편 혹은 진보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들, 86세대가 오히려 윤석열 정부와 싸워서 멈춰 세우는 동시에 새로운 시대로 가는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