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년도 안 돼 2번째 여당 대표 하차…다음 지도부는[기자의눈]
- 이밝음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당심이 곧 민심인 시대입니다"
국민의힘이 지난해 12월 당원투표 100%로 당 대표를 선출하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할 당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한 말이다. 여당은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당권은 당원으로부터 나온다"며 당헌·당규를 개정했지만, 당원 과반수가 선택한 김기현 전 대표조차 열 달을 채 버티지 못했다.
김 전 대표의 사퇴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국민의힘은 두 번째 지도부 공백 사태를 맞았다. 1년7개월 사이 여당 대표가 두 번이나 물러난 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 체제 이후 김 전 대표가 당선되고 다시 물러날 때까지 당이 '윤심(尹心)' 논란에서 자유로웠던 적은 없었다. 윤리위원회 중징계로 이준석 전 대표를 물러나게 한 것도, 다른 경쟁자들을 주저앉히고 김 전 대표를 당선시킨 것도, 그런 김 전 대표를 물러나게 한 것도. 결국 '윤심'이었다.
김 전 대표는 당선 직후 "당정 관계에서 당의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은 반드시 실천해 나가겠다"고 했지만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재임 기간 내내 '용산 거수기', '용산 출장소'라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당이 민심을 전달하지 못하는 동안 국정 지지율은 30%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전 대표를 비롯해 정부·여당에 쓴소리하는 인사들을 끝내 끌어안지 못했고, 여야 대표가 한차례도 만나지 못하면서 협치와도 멀어졌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선 보궐선거 원인이 된 김태우 후보를 무리하게 재공천했다가 참패했고, 내년 총선에서 서울 49개 지역구 중 6곳만 승리할 수 있다는 판세 분석까지 나왔다.
김 전 대표는 "우리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대표인 저의 몫"이라며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이 김 전 대표만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수평적 당정관계. 이상적인 말이다. 우리 정치 현실에서 대통령이 당보다 위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건전한 당정 관계를 위해선 최소한 여당은 정부 눈치를 보더라도 쓴소리를 멈추지 않고, 대통령은 듣기 싫은 소리일지라도 소위 '격노'했다는 말이 나와서는 안 된다.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앞둔 당은 이제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할 것이다. 국민들이 보고 싶은 모습은 '내가 친윤'이라고 외치면서 반대편을 조리돌림하는 패거리 정치가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줄 아는 당이다. 비대위원장에겐 이런 패악질을 막아내고 할 말은 할 수 있는 결기가 필요하다.
당만 바뀌어서 될 일은 아니다. 대통령실 역시 당에만 쇄신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함께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집권 2년도 안 돼 여당 대표가 2명이나 하차한 이유를 한 번쯤은 곱씹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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