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결단 31시간 뒤 김기현도 던졌다…사퇴 '막전막후'

혁신위 요구엔 즉답 피했지만…이틀 잠행 후 결단
당내에선 "장제원 먼저 던졌으니 며칠 더 버틸 수 없었을 것"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3.12.1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며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희생을 요구한 지 40일,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지 31시간 만이다.

김 대표는 장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12일부터 공개 일정을 취소하고 잠행에 들어갔다. 그는 서울 모처에서 측근들과 거취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의 희생 요구와 일부 의원들의 결단 촉구에도 침묵을 지켰던 김 대표가 사퇴를 전격 결정한 배경에는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윤(친윤석열) 핵심'으로 꼽히는 장 의원이 결단을 내리면서 시선이 자연스레 김 대표의 거취로 향한 탓이다.

혁신위가 조기 해체하면서 하태경 의원 등 당내에선 김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왔지만, 친윤 초선 의원들과 일부 지도부는 김 대표 체제 유지를 주장하며 맞섰다.

하지만 장 의원이 11일 저녁 페이스북을 통해 불출마를 시사하고, 이튿 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면서 기류가 급변했다

장 의원이 12일 "저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불출마를 선언하자 자연스레 시선은 김 대표의 거취로 향했다. 친윤 핵심인 장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김 대표 역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김 대표는 같은 날 예정됐던 연탄 봉사활동을 취소한 뒤 장고에 들어갔다. 서울 성동구 자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대표는 13일 오전에는 이준석 전 대표를 만나 신당 창당을 만류하고 거취에 대해 논의했다.

이 전 대표는 김 대표를 만난 뒤 방송에서 "김 대표는 명예를 중시하는 분"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자리에 집착하는 사람처럼 비쳐지는 상황 자체가 하루라도 지속되면 화가 난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김 대표에게) 다들 상황을 냉정히 해석할 때까지는 너무 성급하게 거취 판단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 전 대표와의 만남이 알려진 직후인 전날 오후 5시쯤 페이스북을 통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우리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대표인 저의 몫이며, 그에 따른 어떤 비판도 오롯이 저의 몫"이라며 "더 이상 저의 거취 문제로 당이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 대표의 거취 표명을 두고 당내에선 김 대표가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반응과 아쉽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한 여당 의원은 "장 의원이 먼저 돌파구를 던졌으니 김 대표도 며칠 더 버틸 수가 없었을 것"이라며 "이걸 2~3일 더 끌고 가면 본인의 결정이 여론 압박으로 굴복하는 모습이 되니까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진 의원도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다 예고됐던 상황"이라고 했다.

반면 한 초선 의원은 "오죽 괴로웠으면 그랬겠나 싶으면서도 이렇게 하려고 지금까지 왔나 싶다"며 "(이 전 대표를 만난 뒤) 보수 슈퍼 빅텐트 같은 말이 나오길 기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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