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요구 40일만의 결단…김기현, 3번의 기회 놓쳤다

김기현, 장제원 불출마에 직격타…버틸 명분 잃어
강서 보궐 패배·혁신위 권고·장제원 불출마 등 기회 놓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사퇴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김 대표가 지난 11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년, 내 집 마련 지원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뉴스1 DB) 2023.12.14/뉴스1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사퇴 압박 속 결국 13일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요한 혁신위원의 지도부·중진·대통령 측근 총선 불출마·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 40일만이다.

김 대표가 잠행 이틀 만에 돌연 페이스북에 대표직 사퇴 입장을 밝힌 것은 친윤 핵심으로 꼽히며 그동안 불출마 압박을 받아온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거세진 당 안팎의 압박 때문으로 보인다.

한동안 초선 의원들의 옹호 속 총선 때까지 김기현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더이상 버틸 명분을 잃었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가 그동안 3차례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대표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한 차례 대표직 사퇴 주장이 제기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 영장 기각과 강서구청장 패배까지 맞물리면서 당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자 이를 쇄신하기 위해 지도부 교체론이 대두됐다.

하지만 김 대표는 사퇴보다는 혁신에 방점을 찍고 전권을 부여한 인요한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인요한 혁신위는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대한 징계 철회를 1호 혁신안으로 제안, 지도부는 이를 즉각 수용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내며 당 안팎의 기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인요한 혁신위가 지난달 3일 출범 8일 만에 지도부·중진·대통령 측근 총선 불출마·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하며 갈등이 시작됐다. 김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인 위원장의 뜻은 존중하지만 이런 요구는 지도부 차원의 결정이 아닌 의원 개개인의 판단에 달린 것이라며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 태도를 취했다.

이어 혁신위가 12월 11일 공식 혁신위 안건으로 다시 지도부에 지도부·중진·대통령 측근 총선 불출마·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했지만 재차 묵살됐다. 지도부와 갈등에 인요한 혁신위는 활동 기한인 24일을 다 채우지 못하고 조기 해산하면서 김 대표에 대한 책임론은 점점 커졌다.

당 안팎에선 김 대표가 혁신위 권고안이 나왔을 때 지역구 불출마와 같은 결단을 했다면 대표직 사퇴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수도권 의원은 "진작에 적어도 울산은 다시 출마하지 않겠다는 선택 정도만 했어도 지나갔을 일인데 너무 거취 표명을 안한게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놓친 마지막 기회는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로 꼽힌다. 지난 3·8전당대회 당시 김장연대(김기연-장제원)라며 윤심을 강조한 상황에서 장 의원의 불출마 결단과 함께 김 대표가 거취에 대한 문제를 언급했다면 사퇴 압박에 내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jr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