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시사한 이낙연, 반발하는 친명…이재명, 끌어안기 나설까
이낙연 창당 가시화에 친명계 "사쿠라" 등 반발 거세
이재명, 명낙회동보다 전직 총리 만남 추진…"소통하겠다"
- 강수련 기자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당 창당을 시사하면서 당내에선 '지도부 흔들기'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친명(친이재명)계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가 이 전 대표를 비롯한 비명(비이재명)계를 끌어안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창당을 시사하는 발언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첫 공개포럼을 시작으로 강연과 인터뷰 등을 통해 민주당을 작심 비판해 왔다.
최근 들어서는 "제3의 선택지가 필요하다"며 창당을 시사한 데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상민 의원 등을 만나는 등 세를 불릴 기세다. 한 인터뷰에서는 "새해 새로운 기대를 국민께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시점까지 특정하기도 했다.
이에 당내 비주류인 '원칙과 상식'도 당 지도부를 비판하며 탈당과 창당 가능성을 내비치는 상황이다.
결국 당내 친명계를 중심으로 이 전 대표에 대한 공개 비판이 터져나왔다.
친명계 김민석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낙연 신당론은 윤석열 검찰독재의 공작정치에 협력하는 사쿠라 노선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사쿠라는 벚꽃의 일본어로, 정치권에선 야합 또는 변절한 정치인을 가리키는 속어로 쓰인다.
전남도당위원장인 신정훈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원들의 사랑을 받았고 당의 최고 책임자셨던 분이 당의 현실을 이유로 당내에서 채찍이 아닌 당 밖에서 당을 향해 칼을 드는 모습은 누구에게도 옳게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윤준병 의원은 SNS에 "누구라도 민주당을 분열과 불안의 소용돌이로 몰고가는 일에 앞장서지 않아야 한다"고 썼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당을 분열시키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해선 안될 일이라고 설득시켜야할 분께서 오히려 당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친명계 원외 모임인 '더민주혁신회의'는 논평을 내고 "이 전 대표는 당원들이 뽑은 대표의 정당성을 부정하며 신당 창당을 운운한다. 부끄러운 생각"이라며 "약속대로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당내 분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이 대표는 당원들의 이 전 대표 출당 청원 삭제를 직접 지시하고, "누구와도 만나겠다"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명낙회동'을 사실상 거절하면서 두 사람의 회동은 성사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신 이 대표는 '3총리 연대설'이 불거진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와의 만남을 각각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선을 긋고 있어 직접 만나서 소통하자고 제안하기가 힘들다"며 "이런 상황에서 만나자고 하는 건 싸우자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누구와도 언제든 소통할 수 있다는 기조에 변함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오는 18일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 VIP 시사회에 이 대표와 이 전 대표가 참석을 검토하고 있어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일 가능성도 있다. 김 전 총리도 참석 의사를 밝혀 이를 계기로 회동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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