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 김기현·인요한 중 누구에게…일단 파국적 갈등 교통정리

'김기현 힘싣기''혁신위 좌초 안돼' 해석 분분…김·인 회동 예고
조기공관위 출범…원희룡·한동훈 등판시 '김·인 갈등' 무의미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와 비공개 오찬을 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는 김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유의동 정책위의장, 이만희 사무총장 등 ‘당 4역’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 이관섭 정책실장을 비롯해 5명의 신임 수석이 참석했다. (국민의힘 제공) 2023.12.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인 5일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하면서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회 간 갈등 수위가 높아지는 미묘한 시점에 회동이 이루어지면서다.

이번 회동을 두고 윤 대통령이 김 대표에게 힘을 실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윤심은 이보다 복잡할 것이라는 게 여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 사이에서 혁신위에 힘을 싣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이번 회동에서 김 대표와 당내 현안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이에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일단 양측의 갈등 중재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에게 갈등 봉합의 책임을 부여하면서 동시에 혁신위를 향해서도 조기해체 등의 폭탄선언을 해선 안된다는 무언의 신호를 보낸 것이란 설명이다.

6일 여권에 따르면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은 이날 회동을 위해 세부 일정을 조율 중이다. 두 사람은 이날 오후 늦게 만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동은 혁신위의 안건 보고를 하루 앞두고 이루어졌다.

혁신위는 이번 안건 보고에서 앞서 지도부·친윤(친윤석열)·중진 의원을 향한 불출마·험지출마 '권고'를 정식 안건으로 제안하겠다며 이들을 압박하고 있다.

앞서 혁신위는 권고 대상들의 침묵이 이어지자 혁신위 조기해체, 인요한 공관위원장 임명 등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공천관리위원회 조기 구성 등 당 지도체제 변화 가능성도 제기됐다.

당 지도부와 혁신위간 갈등 수위가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김 대표와 오찬 자리를 마련했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김 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는 윤 대통령을 만난 후 기자들에게 "나는 힘이 빠진 적이 없다. 김기현이가 힘이 빠져 보이느냐"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윤 대통령을) 만나면 3~4시간씩 이야기하고 하루에 3~4번 통화하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다"며 윤 대통령과 소통도 강조했다.

하지만 반대 해석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여전히 혁신위에 존재감을 부여하면서 김 대표에게 갈등 봉합의 책임을 주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도 국민의 마음에서 혁신이 이루어지고 또 당이 변화를 겪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바람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혁신위에 힘을 실었다.

윤 대통령과 지도부 회동 다음날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이 만나는 것은 윤 대통령의 이같은 의중을 양측이 파악한 결과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권에서는 조기 공천관리위원회 출범 등을 통해 지도부와 혁신위가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김 대표는 조기 공관위 구성을 예고하며 혁신안을 공관위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총선기획단 등에서는 컷오프 규모 등에 대해 혁신안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스타장관들의 총선 시계추가 빨라지는 점도 양측의 갈등이 봉합될 수 있는 지점으로 꼽힌다. 이들이 본격적인 총선 행보를 보일 경우, 여권의 축은 이들로 기울 수밖에 없다.

앞서 인 위원장을 만났던 원 장관은 앞서 험지출마, 보수통합, 외연확장 등 혁신위가 제안한 가치를 강조하며 혁신위에 힘을 실었다. 또한 인 위원장은 한 장관을 높이 평가했다. 두 사람이 전면에 나설 경우 혁신위와 갈등보다는 협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