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유난히 춥다는 국힘 텃밭의 배지들 [여의도속풀이]

혁신위, 영남 중진 향해 험지 출마·불출마 강요
당보다 지지율 낮은 현역의원 공천 불이익 방침

2023.11.3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내년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만저만 복잡한 게 아니다. 특히 보수의 텃밭인 영남권 의원들에게 이번 겨울은 너무나 춥기만 하다.

매번 총선 때마다 불거지는 험지 출마 요구, 물갈이 요구가 올해도 어김없이 터져 나왔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첫 총선, 야권에서는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오자 당 안팎에서는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은 험지라는 이유로, 다른 지역도 쉽지 않다는 이유로 혁신의 타깃은 영남권을 향하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중진 험지 출마론에 당내 시선은 영남권을 바라보고 있다. 영남권 중진들이 알아서 결단하라는 것이다. 또 초재선이 대다수인 대구·경북에서는 물갈이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온다.

이런 가운데 최근 당무감사위원회가 전국 당협위원장 204명 가운데 22.5%를 공천 배제 권고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영남권 의원들은 더 좌불안석이다.

당보다 지지율이 낮은 현역 의원에게 추가로 공천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방침에 결국 또 영남권을 겨냥할 것이라는 우려를 확인했다.

당무 감사 결과 하위권에 영남권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영남권 의원들 중 발뻗고 편하게 잘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유상범 의원은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저희가 기본적으로 영남에 베이스를 한 당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아무래도 그쪽에서 의원들의 교체가 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남권 의원들도 할 말은 있다. 중앙에서는 '경쟁력'을 요구하지만 애초 성향 자체가 보수세가 강한 영남권 지역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매년 물갈이 했지만 결과가 달라졌냐는 목소리도 있다.

대구 달서갑이 지역구인 홍석준 의원은 지난달 29일 KBS라디오에서 "당 구성으로 봤을 때 영남 지역이 과반이 넘는 구조에서 당연히 물갈이 혁신의 타깃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상대적으로 영남 의원들이 더 불안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객관적인 기준, 앞으로 절차 등에 대해서 다들 조금 명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홍 의원은 "물갈이 자체가 총선 승리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 물을 갈아 넣고 다시 채워야 한다"며 "지난 21대 때는 물은 갈았지만 채운 물이 결국 잘못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기회에 갈아엎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다음 총선에는 대폭 물갈이 해서 하루를 해도 국회의원다운 국회의원을 좀 뽑자"며 "지역의 기득권 카르텔들은 중진이 필요하다고 소리 높혀 물갈이를 반대하지만 있으나마나한 중진이 무슨 필요가 있냐"고 반문했다.

jr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