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인요한 회동에도 입장차 여전…혁신위 속도전에 고삐 죌까

(서울=뉴스1) 이비슬 노선웅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17일 회동은 원론적 입장만 재확인한 채 마무리됐다. 김기현 대표는 "앞으로도 가감 없는 의견과 아이디어를 전달해 달라"면서도 혁신안의 무조건적 수용 가능성과는 거리를 뒀다. 인 위원장은 "계속해서 쓴소리를 건의드리겠다"고 했다.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10시12분까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42분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인 위원장은 "당과 우리 정치의 한 단계 발전을 위해 당에 고통스러운 쓴소리라도 혁신적으로 계속 건의드리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박정하 수석대변인이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이에 김기현 대표는 "앞으로도 가감 없는 의견과 아이디어를 전달해 달라"면서도 "다만 절차와 논의 기구를 거쳐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있다"고 답했다고 박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김 대표의 말은 전날 지도부와 혁신위 사이 역할에 분명히 선을 그은 발언의 연장선으로도 해석된다.

김 대표는 전날 "당 지도부가 공식 기구와 당내 구성원과 잘 협의해 총선 준비를 하고 당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스템이 있다"며 "혁신위도 그 공식 기구 중 하나"라고 했다. 이어 "혁신위 대안은 존중하고 공식기구를 통해 논의되도록 절차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둘의 면담은 중진·지도부·친윤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권고한 혁신안 수용을 두고 최근 당과 혁신위 사이 신경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사돼 관심을 모았다.

앞서 인 위원장이 이른바 윤심(尹心)을 암시하듯 "대통령에게 직접 연락이 온 건 아니고 돌아서 온 말씀이 '지금 하는 것을 소신껏 끝까지 거침없이 하라'는 신호가 왔다"고 밝혔다. 이에 김 대표가 "당무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맞받는 일도 있었다.

실제 인 위원장은 이날 혁신안 무응답에 따른 혁신위 내부 불만을 가감 없이 전했다. 다만 대화 중 윤 대통령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수석대변인과 함께 기자들과 만난 김경진 혁신위원은 "인 위원장께서는 일부 불만족스러운 생각을 가지고 계신 (혁신)위원님들의 말씀도 전달해 드렸다"며 "혁신위가 의결한 안건 등을 더 적극적으로 신속하게 당이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씀 전달도 있었다"고 했다.

혁신위의 '조기해체' 압박과 인 위원장의 '윤심' 발언, 과감한 혁신안 발표로 당과 혁신위 사이 긴장감이 높아지자 당내에선 자중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윤 대통령 수행 실장이었던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위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당이 혁신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혁신위를 조기 해체하겠다는 협박성 메시지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어 "혁신위는 당을 혁신하기 위해 제안하고, 권고할 수는 있겠지만 누구를 끌어내리고 자리를 뺏을 권한까지 부여된 것이 아니다"라며 "점령군이 되어 정권교체와 당을 위해 헌신해 온 사람들을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모습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회동에도 불구하고 혁신위가 강경 기조를 굽힐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후 혁신위가 발표할 4호 권고안에 '험지 출마'를 재차 촉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혁신위는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의 협의 가능성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었다.

김 혁신위원은 "혁신위의 프로세스가 당에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의 입장을 너무 잘 이해하게 된다면 혁신적 제안에 제한이 될 수 있다"며 "아주 꽉 막힌 상황이 아니라면 자제의 필요성이 있지 않나 싶다"고 했다.

b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