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만에 멀어진 김기현-인요한…그동안 무슨 일이
임명 당시엔 "최적 처방 기대"…'험지 출마'로 불편한 기류
"고통스러운 쓴소리도 계속 건의" "가감 없이 전달해달라"
- 이밝음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극적인 화해는 없었다. 지도부·중진·친윤 험지 출마를 놓고 신경전을 이어 온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40분가량 면담을 진행했지만 원론적인 입장만 주고 받았다.
면담을 시작하기 앞서 김 대표가 "요새 힘드시죠"라고 인사를 건네자 인 위원장은 "살아있다"라고 답했고, 김 대표는 "대단하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면담에 대해 "혁신위 출범 당시와 그간 활동 내용의 취지와 활동 상황에 대해 신뢰를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의 공개 만남은 지난달 23일 혁신위원장 임명 후 25일 만이다. 당 대표와 당 대표가 직접 임명한 혁신위원장이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입장차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인 위원장 임명 당시 "정치 개혁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투철한 의지도 가지고 계신 만큼 우리 국민의힘을 보다 신뢰받는 정당으로 재탄생시키는데 인요한 교수께서 최적의 처방을 내려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혁신위가 지난달 27일 1호 안건으로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대한 윤리위 징계를 취소하자고 제안했을 때만 해도 지도부는 적극적으로 이를 수용하며 힘 실어주기에 나섰다.
하지만 1호 안건 발표 직후부터 인 위원장은 각종 언론인터뷰에서 김 대표 등을 거론하며 영남권의 스타 의원들이 서울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인 위원장을 임명한 김 대표가 곤혹스러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인 위원장은 지난 3일 2호 안건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당 지도부와 중진,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을 향해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라고 공개적으로 권고했다. 인 위원장은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을 사랑하면 결단을 내리라"며 압박했지만, 김 대표는 침묵을 이어갔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불편한 기류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윤·중진 의원들도 지역구 사수 의지를 밝혔다. 중진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3선·부산 사상)은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면서 서울로 가지 않겠다"고 했고, 5선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도 지지자들에게 "서울에 안 간다"고 했다.
이처럼 거듭된 압박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자 혁신위가 조기 해산을 통해 지도부를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논란이 계속되자 김 대표는 지난 14일 "일부 위원의 급발진으로 당 리더십을 흔들거나 당 기강을 흐트러뜨리는 것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하지만 인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실로부터) '소신껏, 생각껏 맡은 임무를 끝까지, 당과 우리가 필요한 것을 거침없이 해라'는 신호가 왔다"며 '윤심'까지 거론하면서 압박을 이어갔다. 김 대표는 인 위원장 발언 다음 날 즉각 "당무에 개입하지 않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갈등 수위를 높였다.
이날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되면서 갈등이 봉합될지 관심이 모였지만,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는 데 그쳤다. 인 위원장은 "고통스러운 쓴소리라도 혁신적으로 계속 건의드리겠다"고 했고, 김 대표는 "가감 없는 의견을 전달해 달라"고 했다.
당 안팎에선 혁신위가 성급하게 불출마를 권고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금 더 정교하게 시점과 내용을 조절했어야 하는데 불출마를 떠미는 인상을 줬다는 지적이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뉘앙스로 보면 김 대표는 총선 승리를 위해서 본인의 결단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그 결단을 지금 하면 카드를 너무 쉽게 써버리는 것"이라며 "정교하게 해야 된다. 압박을 받는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하게끔 해 줘야 일이 풀리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떠밀려서 하는 경우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왜 하겠나"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MBC라디오에서 "윤핵관이라든가 중진 의원들 선거구를 옮기라는 얘기는 정상적인 정치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얘기"라며 "그걸 강요한다는 건 정치를 그만두라는 걸 강요하는 것과 똑같은 얘기다. 그걸 현역 정치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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