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 기다리는 인요한, 지도부·친윤 '침묵'…일부 중진은 반발
"당사자들 판단 있어야…지도부가 의결할 성질 아냐"
인요한, 압박 수위 높이면서 김기현 '결단' 가능성 시사
- 김정률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도부·중진·대통령 측근에 대한 불출마 혹은 수도권 험지 출마를 권고한지 6일이 지났지만 지도부는 좀처럼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9일 오전 혁신위로부터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국회의원이 구속될 경우 세비 전면 박탈 △현역 국회의원 등 선출직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 등 2호 혁신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관심을 모았던 인 위원장의 지도부 등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에 대해서는 혁신위도 별도의 보고를 하지 않았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브리핑에서 인 위원장의 제안에 대해 "혁신위원장의 말처럼 권고 사항이었던 것 같다"며 "오늘 보고 내용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혁신위가 활동하면서 종합적인 건의 내지는 혁신위 의결안이 올 것이다. 그때 정리해서 말씀드리겠다"며 "이 건은 당사자들에게 시간이 필요하고 판단도 있어야 된다. 지도부가 의결하고 말고의 성질은 아니다"라고 했다.
지도부가 사실상 민감한 이슈에 대한 판단을 개인적 결단으로 미룬 셈이다. 앞서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대한 징계를 해제하는 '대사면'(1호 혁신안)을 일주일만에 의결한 데 비해 속도가 늦어지는 모습이다.
지도부가 이처럼 판단을 늦추는 것은 자신들이 당사자에 포함될 뿐 아니라 특정 인물로 대상이 좁혀지는 상황에서 불출마 등을 종용하기에는 부담감을 느끼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 위원장은 지난 6일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누구인지 우리가 다 알지 않느냐"며 "어제(5일) 저녁에도 결단 내리라고 전화했다"고 말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김기현 대표는 최근 측근들에게 불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결단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김기현 1기 체제'에서 수석대변인을 지낸 유상범 의원은 지난 7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과거에 저희랑 대화하면서 본인 스스로도 국회의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큰 영광은 다 이뤘다고 말했다"며 "당 대표, 원내대표를 다 경험했고 또 울산시장도 지낸 과정을 말했는데, 충분히 당과 국가 발전의 측면에서 이젠 검토하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는 인 위원장이 권고가 현실 정치를 모르는 모습이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대구에서 5선을 한 주호영 의원은 지난 8일 지역구 의정보고회에서 "걱정하지 마라. 서울에 안 간다"며 "대구에서 정치를 시작했으면 대구에서 마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 의원은 "한 두 사람 옮기는 건 그 지역에서 문제가 있으니까 그런거고 그 지역에서 지지받고 잘하는 사람이 뭐 하러 가나. 절대 갈 일 없다"고 했다.
그는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향해 "3선 이상 지역구를 옮기라고 했다가 하루이틀 뒤에 취소했다"면서 "지역구를 옮기라고 하면 3선 되면 그 다음부터 내가 어디갈까 하고 온데 들쑤셔서 나라가 엉망이 된다"고 지적했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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