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 기다리는 인요한, 지도부·친윤 '침묵'…일부 중진은 반발

"당사자들 판단 있어야…지도부가 의결할 성질 아냐"
인요한, 압박 수위 높이면서 김기현 '결단' 가능성 시사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 혁신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11.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도부·중진·대통령 측근에 대한 불출마 혹은 수도권 험지 출마를 권고한지 6일이 지났지만 지도부는 좀처럼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9일 오전 혁신위로부터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국회의원이 구속될 경우 세비 전면 박탈 △현역 국회의원 등 선출직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 등 2호 혁신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관심을 모았던 인 위원장의 지도부 등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에 대해서는 혁신위도 별도의 보고를 하지 않았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브리핑에서 인 위원장의 제안에 대해 "혁신위원장의 말처럼 권고 사항이었던 것 같다"며 "오늘 보고 내용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혁신위가 활동하면서 종합적인 건의 내지는 혁신위 의결안이 올 것이다. 그때 정리해서 말씀드리겠다"며 "이 건은 당사자들에게 시간이 필요하고 판단도 있어야 된다. 지도부가 의결하고 말고의 성질은 아니다"라고 했다.

지도부가 사실상 민감한 이슈에 대한 판단을 개인적 결단으로 미룬 셈이다. 앞서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대한 징계를 해제하는 '대사면'(1호 혁신안)을 일주일만에 의결한 데 비해 속도가 늦어지는 모습이다.

지도부가 이처럼 판단을 늦추는 것은 자신들이 당사자에 포함될 뿐 아니라 특정 인물로 대상이 좁혀지는 상황에서 불출마 등을 종용하기에는 부담감을 느끼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 위원장은 지난 6일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누구인지 우리가 다 알지 않느냐"며 "어제(5일) 저녁에도 결단 내리라고 전화했다"고 말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김기현 대표는 최근 측근들에게 불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결단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김기현 1기 체제'에서 수석대변인을 지낸 유상범 의원은 지난 7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과거에 저희랑 대화하면서 본인 스스로도 국회의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큰 영광은 다 이뤘다고 말했다"며 "당 대표, 원내대표를 다 경험했고 또 울산시장도 지낸 과정을 말했는데, 충분히 당과 국가 발전의 측면에서 이젠 검토하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는 인 위원장이 권고가 현실 정치를 모르는 모습이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대구에서 5선을 한 주호영 의원은 지난 8일 지역구 의정보고회에서 "걱정하지 마라. 서울에 안 간다"며 "대구에서 정치를 시작했으면 대구에서 마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 의원은 "한 두 사람 옮기는 건 그 지역에서 문제가 있으니까 그런거고 그 지역에서 지지받고 잘하는 사람이 뭐 하러 가나. 절대 갈 일 없다"고 했다.

그는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향해 "3선 이상 지역구를 옮기라고 했다가 하루이틀 뒤에 취소했다"면서 "지역구를 옮기라고 하면 3선 되면 그 다음부터 내가 어디갈까 하고 온데 들쑤셔서 나라가 엉망이 된다"고 지적했다.

jr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