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블랙홀 된 '메가 서울'…속도내는 여, 말 아끼는 야

경기 하남·구리·과천·고양·성남·광명까지 논의 확대
민주, 5호선 연장 맞불…지도부 찬반 공식 입장은 아직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경기 김포시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가진 '해결사 김기현이 간다'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0.3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여권이 제안한 경기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이른바 '메가시티 서울' 구상이 정치권 블랙홀로 급부상했다. 국민의힘이 특별법 발의를 서두르는 가운데 서울과 생활권이 겹치는 경기 하남·구리·과천·고양·성남·광명 등으로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방 소외를 부각하며 지방 표심을 노리는 동시에 김포 지역 숙원 사업인 지하철 5호선 연장으로 맞불을 놨다. 하지만 서울 인접 지역 민심을 고려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진 않고 있다.

정책 이슈를 선점한 국민의힘은 김포 서울 편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첫 발표 후 사흘 만인 지난 2일 당대표 직속으로 수도권 주민 편익 특별위원회를 발족했고, 조경태 특위 위원장은 조만간 현장을 찾아 시민들 의견을 청취한다. 정부 입법과 달리 야당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 절차를 얻지 않아도 되는 의원 입법 형태로 추진할 예정이다.

총선을 5개월 앞두고 국민의힘이 '메가 서울' 구상을 꺼내든 데 대해 민주당은 경기도의 정치 지형을 흔들려는 계산으로 본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경기도 의석 59석 중 7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국민의힘은 수도권 열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메가 서울' 구상을 수개월 전부터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편입론은 인근의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백경현 구리시장은 지난 2일 구리시의 서울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경기 고양 등 수도권 일부 당협위원장도 서울 편입 관련 의견을 당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의 경우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이 서울 편입 관련 추진위원회를 구성했고, 광명시 당협도 서울 편입을 주장하며 여론조사를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편입 권한을 가진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지역 당협위원장 30여명과 만찬 회동에서 김포 서울 편입 문제가 국론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차분하게 국민에게 호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움직임을 '총선용'이라고 보면서도 당 차원에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건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유기홍 의원은 지난 3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역균형 발전을 얘기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반대되고,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측면에서 봐도 총선용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지방 소외를 부각하며 메가 서울 논의에서 배제된 지방 민심과 경기권 서울 편입에 반대하는 서울 외곽 표심을 노리고 있다. 이상민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대전이나 호남, 영남, 강원도 쪽에서 심리적 저항감이 클 것이고 이 경우 전국에 파열음이 심각할 정도로 파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포를 지역구로 둔 김주영·박상혁 민주당 의원이 이날(5일) 서울 편입 관련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예고한 가운데 다른 수도권 의원들은 여론을 살피는 모습이다.

당 지도부 내에선 홍익표 원내대표가 "현실성 없고 졸속적인 안"이라며 5호선 연장의 조속 추진을 대안으로 언급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찬반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이재명 대표 역시 최근 기자간담회 등에서 관련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이에 이낙연 전 대표는 전날(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야당이 찬반의 입장도, 뚜렷한 대안도 내지 않는 것은 당당하지 않다"며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말을 아끼는 배경에는 메가 서울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가 내년 총선에서 서울 인접 지역 표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때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서울 뉴타운 전략'에 참패했던 것을 반면교사 삼아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도 당 안팎에서 나온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은 당분간 대응책을 고심하며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이 정책적 화두를 선점하고 민주당을 압박하는데 성공했다고 보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경기도 대부분 지역이 민주당 우세인 상황에서 서울 편입 문제가 화두가 되기 때문에 국민의힘 수도권 전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경기 수원·평택·인천 등 수도권 나머지 지역과 지방 민심에는 불리할 텐데 이 지역 선거 전략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