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 지지율 여론조사 믿고 보려면…이것부터 체크해야

34개 여조기관 '정치선거 전화여론조사기준' 첫 마련
'응답률 10% 이상·ARS 금지'…비회원사엔 적용 안돼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박덕흠,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 주최로 '선거여론조사 제도개선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2023.5.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강수련 한병찬 기자 = #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이뤄진 여론조사. 당시 유력 대선후보였던 윤석열·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여론조사기관마다 천차만별이었다. 조사 방법, 표본 등이 다르다는 이유였지만 유권자들은 혼란스러웠다.

# 지난 5월 24~26일 알앤써치가 CBS노컷뉴스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3.2%포인트 오른 44.7%였다. 반면, 한국갤럽이 5월 23~25일 실시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긍정평가는 36%로 전주 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비슷한 시점에 이뤄진 두 조사에서 나타난 윤 대통령 긍정 평가 격차는 8.7%포인트 차다.

여론조사는 민심을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선거를 예측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하지만 동시에 들쭉날쭉한 결과와 특정 여론 조성의 무기로도 쓰이면서 때로는 가짜뉴스를 양산하기도 했다.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정치권뿐 아니라 여론조사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된 이유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 여론조사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업계 차원의 개선 작업이 추진된다. 한국갤럽, 엠브레인퍼블릭, 한국리서치 등 총 34개 여론조사기관이 가입한 한국조사협회가 22일 최초로 '정치선거 전화 여론조사 기준'을 마련했다.

◇ARS제외·응답률 7~10% 이상…'표준화' 선언

협회가 마련한 정치선거 전화 여론조사 기준에 따르면, 응답률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기준상 전국단위 조사에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할 경우 응답률 10% 이상, RDD(Random Digit Dialing, 전화번호 임의걸기)를 이용할 경우 7% 이상 달성하도록 했다. 조사방법은 조사원에 의한 '전화면접조사'만 시행하기로 했다. 또 부재중이거나 통화중인 조사대상자에게는 3회 이상 재접촉하고, 조사 결과는 정수로 제시하기로 했다.

여론조사 기준을 놓고 오랜 시간 논의가 있었지만 협회가 자율규정으로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협회 회원사들의 약속을 공표한 '선언적' 의미가 있다.

한국조사협회 관계자는 뉴스1에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달리 조사협회가 자체 기준이 없어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여론조사의 신뢰성 문제가 계속 제기되면서 협회 회원사가 최소한의 기준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대응을 하겠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화면접 조사 내에서도 회사 간 운영체제가 다른 면도 있다"며 "이를 표준화해서 조사의 신뢰성 의혹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 "응답률 기준 지키면 조사 결과 더 믿을 수 있어"

그간 선거 여론조사의 가장 큰 문제로 저조한 응답률이 꼽혔다. 응답률은 여론조사에 참여한 사람 중 끝까지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다. 응답자 수치를 응답자와 무응답자를 합한 수치로 나눠 100을 곱해서 계산한다. 예를 들어 여론조사의 표본이 1000명이고 응답률이 10%면 1만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 가운데 1000명이 응답했다는 뜻이다.

정치에 대한 저조한 관심과 혐오,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서 응답률이 낮아졌다. 이는 응답자의 대표성을 떨어트려 결과를 왜곡한다. 전문가들은 응답률이 낮을 경우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해왔다.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때 최소치의 응답률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였다.

협회에선 여론조사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기준으로 최소 응답률을 전국 조사에서 10%(휴대전화 가상전화), 7%(RDD 방식)로 제시했다. 응답률 자체를 높여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장치를 둔 셈이다.

응답률은 조사 방법에 따라서도 결과에 큰 차이가 난다. 조사원이 직접 전화면접을 하는 방식과 달리, 기계음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대량 전송하는 자동응답시스템(ARS)은 응답률이 대체로 떨어진다. 이에 협회에선 조사원의 전화면접조사만 시행하며 ARS는 하지 않고 전화면접조사와 ARS를 혼용하지도 않겠다고 했다.

협회 관계자는 "지방선거나 총선 개별 선거구 단위 조사에서는 해당 기준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그럼에도 전국 단위 선거에서 이 기준은 반드시 맞추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협회 회원사 관계자는 "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여론조사 기준은 ARS까지 포괄해 기준이 낮다"며 "적어도 회원사들끼리는 공표한 기준에 따라 여론조사의 질을 높이겠다"고 했다.

김창남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여론조사 기관의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응답률 7~10% 달성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론조사 기관이 공동으로 응답률 기준을 설정하고 지킨다면 조사 결과를 더 믿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비회원사 50여개…최대 쟁점 ARS 제외

다만 협회에서 마련한 기준을 모든 여론조사기관이 적용하지는 않는다. 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 기관은 지난해 말 기준 91개다. 한국조사협회의 비회원사가 57개로 절반 이상이다.

게다가 ARS는 하지 않고 전화면접조사와 ARS를 혼용하지도 않겠다는 협회의 조사 방법 기준은 업계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주요 쟁점이었다. ARS 조사는 응답률이 떨어지는 등 비과학적이라는 주장과 상담원보다는 기계음에 정치 성향을 솔직하게 답하며 정치에 관심이 높은 고관여층의 응답 비율이 높다는 옹호론이 맞서왔다.

한 비회원사 관계자는 "이번 여론조사 기준에 대체로 동의하지만 ARS 관련 부분에 이견이 있다"며 "ARS를 이용한 여론조사가 응답률이 떨어져도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훨씬 더 정확하게 선거 결과를 예측했다"고 말했다.

협회 차원의 기준 마련은 선거 여론조사 신뢰도를 높이는 첫 걸음으로 높게 평가할 수 있지만 선거 때마다 제기됐던 불필요한 갈등과 논쟁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선 법과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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