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 후 3연승 했던 국민의힘…위기·기회 갈림길 [기자의눈]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 21대 총선과 판박이
내년 총선 승리 위해선 국정 기조 전환해야

11일 밤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자가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큰 표 차이로 지는 결과가 나오자 김태우 후보자 지지자들이 서울 강서구 마곡동 선거사무소를 빠져 나오고 있다. (공동취재) 2023.10.12/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17.15%포인트(P) 차이.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은 충격에 휩싸였다.

강서구가 야당의 당세가 강한 지역임을 감안해도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였다.

싸늘한 민심을 확인한 국민의힘은 거센 책임에 직면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민심이 2020년 21대 총선으로 돌아갔음을 보여준다.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39.37%)는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20%p 가까운 표차로 졌다. 공교롭게도 21대 총선과 판박이다. 당시 강서구 갑(17.52%)·을(13.82%)·병(23.37%) 3개 선거구의 득표율 격차 평균은 18.24%p였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3년 전 총선이 남긴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당시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은 1960년 5대 총선 이후 60년 만에 가장 적은 의석을 얻으며 보수정당 역대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

통합당은 주요 패인으로 중도층 지지 회복 부족, 중앙당의 전략 부재, 청년층의 외면 등을 지목하고, 뼈아프게 반성했다.

이후 호남 민심을 끌어안는 서진 정책, 2030 세대를 위한 정책 마련 등으로 중도층 지지를 확보하는데 성공했고, 보수정당이 확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존 보수정당이 금기시해 온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추념식에 참석해 중도층의 눈길을 끌었고, 대선에선 쇼츠 생활공약, 공정과 상식 등이 청년층의 주목을 받았다.

민심을 사로잡은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까지 내리 3연승을 거뒀다.

윤석열 출범 1년 5개월. 정부가 '공산 세력의 선전·선동'을 외치며 이념 전쟁에 몰두하고, 여당이 연일 전임 정부 탓을 하는 사이 수도권 민심과 청년층은 정부·여당에 등을 돌렸다.

대선과 지선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중도층은 대거 이탈했고, 국민의힘에 기울었던 수도권 민심이 다시 민주당을 향하고 있다.

총선기획단 조기 출범, 혁신기구 출범, 임명직 당직자 전원 사퇴…. 국민의힘 안팎에선 책임론과 쇄신론이 분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더 간단한 해법을 제시한다. 국정 기조를 이념에서 민생으로 바꾸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 참패 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더욱 낮은 자세로 민심의 귀를 기울이겠다"고 했던 국민의힘은 지난 13일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가짜뉴스 등 다시 이념을 꺼내들었다.

이대로 내년 총선을 치른다면 윤석열 정부는 남은 임기 내내 거대 야당과 마주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 참패가 '예방 주사' 성격일지, 총선 패배를 예고하는 '불길한 징조'일지는 국민의힘이 이제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2024년 4월10일. 22대 총선까지는 꼭 179일이 남았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