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킹스네이크가 왜 여기에?…외래 유기 동물들, 이대로 괜찮나
6년 동안 동물 구조 건수 2배, 종류는 20% 증가
사바나왕도마뱀 등 외래종 늘어 생태계 교란 우려
- 이밝음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지난 8월 충남 홍성군에선 1m 길이의 사바나 왕도마뱀이 발견됐다. 지난 7월엔 경북 영주에서 같은 종이 포획됐다. 이 외에도 미어캣, 스트라이프 캘리포니아 킹 스네이크, 블랙 킹 스네이크 등이 국내서 발견됐다. 모두 국내에 서식하지 않는 종이다.
국가 간 동물 거래가 늘고 반려동물 시장이 성장하면서 희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도 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희귀종의 유기 사례가 함께 늘면서 생태계 교란이나 감염병 확산 우려가 제기된다는 점이다.
2일 국민의힘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야생에서 구조된 동물은 지난해 2만161마리로 6년 동안 2배 넘게 늘었다. 구조된 동물의 종 수도 2017년 259종에서 지난해 317종으로 약 22%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까지 구조된 동물은 1만2821마리, 266종에 이른다.
외래종 발견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국내 자연환경에서 처음 확인된 외래종은 20종에 이른다. 곤충이 11종, 파충류 4종, 거미류·어류·포유류·복족류·가재류가 각 1종씩이다.
지난해엔 블랙킹스네이크와 스트라이프 캘리포니아 킹스네이크가 구조됐고, 2021년엔 턱수염도마뱀과 수단 플레이트 리자드, 2020년엔 사바나 왕도마뱀이 구조됐다. 모두 희귀 반려동물로 키우는 종이다. 거리에서 발견된 동물들 역시 누군가 키우다 버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도 온라인에는 블랙킹 스네이크와 스트라이프 캘리포니아 킹 스네이크를 10만원에서 30만원대에, 사바나 왕도마뱀을 10만원 미만에 판매하거나 무료 분양한다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턱수염도마뱀과 수단 플레이트 리자드 역시 분양 정보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 같은 희귀종을 키우다가 야생에 유기할 경우 생태계를 교란하거나 질병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 애완용으로 인기를 얻었다가 지금은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붉은귀거북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한국환경생태학회지에는 서울 중랑천에서 발견된 외래거북 7종 중 6종이 생태계교란종이라는 연구 결과가 실리기도 했다.
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명예교수는 "일부 외래종은 국내 생태계에 적응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경우가 있고, 질병 확산 문제도 있어 초기 컨트롤이 중요하다"며 "(외래종을 반려동물로 키우는 경우) 개인의 책임이 중요하고, 키우지 못할 경우엔 단체나 국가의 도움을 받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이자 의원은 "희귀종 사육에 대한 호기심이 국내 생태계 위협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면서 "불법 유기에 대한 단속 및 제재 강화와 외래종의 생태계 영향에 대한 연구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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