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포특권 포기한다던 이재명, 체포동의안 부결 호소(종합)

지난 6월 교섭단체 연설서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3개월만
표결 하루 앞서 "검찰독재 폭주기관차 국회 앞서 멈춰달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장기간 단식으로 건강이 악화하면서 18일 오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23.9.1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강수련 정재민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20일 "명백히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 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사실상 부결을 호소했다. 이 대표가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지 3개월만이다.

단식 21일차인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검찰독재의 폭주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세워달라, 위기에 처한 헌법질서와 민주주의를 지켜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당에 부결 투표를 요청하며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부터 단식에 돌입했으며, 지난 18일부터는 서울 녹색병원에서 수액을 맞으며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의 결백을 거듭 호소했다. 그는 "검찰은 검사 약 60명 등 수사인력 수백명을 동원해 2년이 넘도록 제 주변을 300번 넘게 압수수색 하는 등 탈탈 털었지만 나온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이번 영장청구는 황당무계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검찰은 이재명 앞에 서면 갑자기 공산주의자가 된다"며 "돈 벌면 제3자 뇌물죄, 돈 안 벌면 배임죄라니 정치검찰에게 이재명은 무엇을 하든 범죄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북송금은 자던 소가 웃을 일"이라며 "이제 정치의 최일선에 선 검찰이 자신들이 조작한 상상의 세계에 꿰맞춰 저를 감옥에 가두겠다고 한다. 명백한 정치보복이자 검찰권 남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검찰은 지금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며 "가결하면 당 분열, 부결하면 방탄 프레임에 빠트리겠다는 꼼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가결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당당하게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었다"며 "표결 없이 실질심사를 할 기회가 이미 있었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며, 저나 민주당이 이를 막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앞으로도 비회기에 영장을 청구하면 국회 표결없이 얼마든지 실질심사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윤석열 검찰이 정치공작을 위해 표결을 강요한다면 회피가 아니라 헌법과 양심에 따라 당당히 표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검찰의 영장청구가 정당하지 않다면 삼권분립의 헌법질서를 지키기 위한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윤석열정권은 검찰독재와 폭력통치로 정치를 전쟁으로 만들고 있다. 검찰을 앞세워 헌정질서를 뿌리째 뒤흔들고 입법부를 짓밟으며 3권분립을 파괴하고 있다"며 부결을 호소했다.

이번 체포동의안은 검찰이 지난 2월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이은 두 번째다.

체포동의안 동의 여부는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167석으로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만큼 가·부 여부는 민주당 의원들 손에 달려있다는 평가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 되기 위해선 민주당 내에서 30표 정도의 이탈표가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 국회의원 297명(허숙정 전 중위 비례대표 승계 시 298명) 중 이 대표와 구속 수감중인 윤관석 의원을 제외하고 295명이 표결에 참여할 수 있다. 전부 참석하면 가결 정족수는 148명인데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 가결이 확실시되는 경우는 120명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입장 표명이 당내 결집을 유도할지, 아니면 오히려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의 반발을 야기할지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입장을 번복했다며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뉴스1 등과 만나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며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비난했고,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대한민국 제 1야당의 정치인이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이렇게 헌신짝처럼 버리는 모습은 더 이상 정치인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번복하지 않았다"며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면 영장실질심사를 받겠지만, 회기 중 영장을 청구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는 명분은 주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traini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