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선관위]①업무비·해외파견에 혈세 펑펑…곳곳 도덕적 해이
현금 업무비 쓰고 서류 작성 없어…주말 레스토랑서 사용도
2011~2022년, 248억 투입 146명 해외파견…성과없어
- 전민 기자
(서울=뉴스1) 전민 기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특혜 채용 논란을 계기로 선관위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업무비 지출과 해외 출장·파견이 방만하게 운영됐다는 의혹도 속속 제기됐다. 이에 선관위의 도덕적 해이가 전반에 퍼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선관위 고위직들은 업무추진비를 현금으로 받고 용처에 대한 서류도 작성하지 않았다는 의혹으로 감사원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이 지난 2019년 진행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기관운영감사에서 선관위는 지방선거 관리경비 집행과 정산 과정이 부적절했다며 주의 요구 처분을 받았다.
상임위원, 사무총장, 사무차장 등 고위직들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업무추진비 5660만원의 증빙서류가 구비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선관위 고위 간부들이 주말 호텔과 레스토랑 등에서 에서 업무추진비를 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선관위 고위직들은 지난 2018년부터 지난 5월까지 주말에 총 53건, 약 997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썼다.
지난해 대선 사전투표에서 불거진 소쿠리 투표 논란과 아들 특채 논란으로 사퇴한 김세환 사무총장은 주말에 레스토랑에서 '공명선거 추진 활동비' 명목으로 66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고위직들은 업무협의회, 공명선거추진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관위가 재외 투표 준비와 투표율 제고를 목표로 해외에 파견한 선거관리관 제도도 방만하게 운영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선관위는 선거관리관 제도가 생긴 지난 2011년부터 지난 대선까지 총 247억9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146명의 선거관리관을 파견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파견국의 재외국민 투표율을 높이는 데는 기여하지 못했고 사실상 직원 해외 연수용으로 쓰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선관위가 내부의 부적절 행위를 감사에서 밝혔음에도 솜방망이 처벌을 일삼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선관위는 지난해 자체 감사에서 경고 1건, 주의 42건의 처분을 내렸다. 인사혁신처 징계제도에 따르면 이는 징계에 해당되지 않는다.
사례 중에는 지방선거 관련 단속활동 업무 노고를 치하한다는 명목으로 소속 직원에게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20만원을 지급한 사실이 적발됐지만 주의 처분에 그치는 등 미온적인 대처가 있었다는 것이다.
특혜 채용에 더해 내부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속속 나오는 가운데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은 상황이다.
여론조사 기관 메트릭스가 연합뉴스·연합뉴스TV 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3.3%는 노태악 선관위원장이 '이번 사안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응답했다. 물러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14.1%에 불과했다.
또 뉴시스가 여론조사 기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69.1%가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사퇴할 필요가 없다는 답변은 16.2%였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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