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만에 열린 국회 전원위, 선거제 해법 못찾고 나흘 일정 종료

여야 의원 100명 발언…비례·지역구 등 다양한 의견
각 사안 여야 입장 차 확인…의원 정수 감축도 화두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어린이들이 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2023.4.1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이서영 신윤하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가 13일 나흘 동안의 토론을 마무리했다. 지난 2004년 이라크 파병 연장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이후 19년 만의 회의다.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국민의힘 42명, 더불어민주당 50명, 비교섭단체 8명 등 총 100명이 발언대에 올라 여러 의견을 제안했다. 하지만 선거제 개혁을 놓고 토론없는 의원들의 '릴레이 발언'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는 선거제 개편의 필요성에는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비례대표제·지역구 선거제·국회의원 정수 등 각종 사안에선 의견을 달리하며 난상토론을 벌였다. 거대 양당의 입장차가 크게 드러난 가운데 각 당내에서도 의원마다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었다.

◇비례대표제 "줄이자" vs "확대하자"…아예 없애자는 의견도

전원위원회가 열린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여야 의원들은 비례대표제 개편 방안에 대한 발언 비중이 가장 높았다. 여당은 비례대표제의 폐지 또는 감축을, 야당은 유지 또는 확대를 주장하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여론조사를 인용해 "비례대표 의석을 늘릴 게 아니라 오히려 줄여야 한다"며 "비례대표제 자체가 아예 폐지돼야 하고 현행 대통령 직선제 아래에선 소선구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지난 총선에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폐지도 주장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권역별·병립형·개방형 방식을 제안한다"며 "지역 대표성을 강화할 수 있고,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도 가능하며, 사표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확대를 주장했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지역구 수를 현행 253개에서 225개까지 28석을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고용진 민주당 의원도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의 비율이 최소한 '2 대 1'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건 거대 양당의 기득권이 무너져 고인물 정치가 밀려나는 것"이라며 "정당 득표율이 그대로 의석에 반영되도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강화하고 비례대표 의석 수도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비례대표제를 없애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현행 비례대표 제도는 정치적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본래의 취지 대신 양대 진영의 전사를 양성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도 "지역대표제를 신설해 인구 대표와 지역 대표로 뽑는 대안이 있다"고 말했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5회국회(임시회) 제4차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 심사를 위한 전원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2023.4.1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소선거구 유지 vs 중대선거구·대선거구…의원 정수 감축도 화두

전원위원회에선 지역구 의원 선거 제도 개편 방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대체로 도농복합선거구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민주당은 기존 소선거구제의 존치를 주장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타협의 정치 문화가 촉진될 수 있다"며 "인구 50만 이상 도시는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하고, 농어촌은 소선구제를 유지하는 '도농 복합 선거구제'를 도입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소선거구제는 대통령제와 조응성이 높은 제도이고, 중대선거구제는 내각제와 조응한다"며 "현행 소선거구제를 보완하고 실현 가능한 개혁으로 나아가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의 채택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용빈 민주당 의원은 "소지역주의에 매몰된 지금 구조에선 지역구에서 공천만 되면 된다는 안일함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주의 완화 등 장점은 있지만, 선거구가 지나치게 넓다보니 지역 대표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측은 감축하자는 입장이 다수였지만 민주당은 현재 숫자 유지 또는 확대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 70%가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여론조사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주장은 염치없는 일로, 현재 300석의 10%라도 줄여보자"고 제안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은) 합리적인 선거제 개편은 안중에 없고, 지금의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해 보려는 얄팍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의석 30명 축소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보자"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

◇'수도권 집중 타파' 여야 한목소리…野 사과에 與 박수도

현행 선거제도가 수도권·도시를 대표하는 데 집중돼 있어 농촌·산촌·어촌 등 비수도권의 발전을 저해해 국토 전체의 균형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데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비수도권) 의원 정수가 떨어지면서 대표성이 약화됐고, 대표성이 적어지니 지역 발전이 안 돼 인구 유입이 안 되는 악순환의 연속"이라고 지적했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도 "농산어촌의 대표성이 현저히 약화됐고 국회의 의사 결정도 수도권 중심으로 편향됐다"며 "지역 균형 의석 배분을 통해 소멸할 지역에 대한 특례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석패율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여야에서 나왔다.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같은 비례대표 47석으로도 지역주의 완화 효과를 확실하게 담보한다"고 촉구했다. 문정복 민주당 의원도 "지역색이 강한 영·호남에서 낙선해도 국회에 입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의 경우, 지난 21대 총선에서의 실책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여러 의원이 준연동형을 밀어붙인 민주당은 사과부터 하라고 요구했다"며 "저는 당시 원내수석부대표로서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다.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발언을 마치자 유의동·최연숙·윤창현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박수를 보냈다.

김영주 전원위원회 위원장은 "정당과 정파의 이해에만 머물러 있던 선거제도 개편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다 함께 논의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었다"며 "협치와 소통의 정신으로 합리적인 합의안이 나올 수 있도록 각 정당과 모든 의원들에게 당부한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