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생존 후 사망 학생 어머니 "제 아이도 참사 희생자"

"아이 죽은 후 2주 동안 '유가족 연락처 몰라' 행안부 연락 안했다"
총리 '의지 부족' 발언에 "운동에 자살방지센터 직접 전화도…답답해"

국회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2022.12.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박우영 기자 = 이태원 참사에서 생존한 이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등학생의 어머니가 29일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학교에 가고 운동을 하면서도 끝내 이를 이겨내지 못한 채 세상을 먼저 떠난 자신의 아이 역시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어머니의 이야기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2차 기관보고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대신 전했다.

용 의원에 따르면 이 어머니는 "안녕하세요. 저는 2주 전 10·29 참사 때 두 친구를 잃고 트라우마로 생을 마감한 A학생의 엄마"라며 "유가족 지원을 위한 원스톱통합지원센터라든지 정부의 어느 기관으로부터도 우리 아이가 죽은 이후 연락을 받은 적 없다"고 토로했다.

이 어머니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치료의지 부족이 아쉽다'고 저희 아이에 대해 말씀하시더니 결과적으로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인한 죽음으로 정부에서 여기는 모양"이라며 "하도 답답해 원스톱통합지원센터에 이틀 전 직접 연락을 했더니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이면서 행정안전부에서 직접 전화한다고 통화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행안부에서 온 전화는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으로 일관했다"며 "저희 가족의 경우 현행법상 유가족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따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절차를 알아보고 있다는 믿을 수 없는 답변만 늘어놓았다"고 지적했다.

또 "제가 굳이 원스톱통합지원센터에 문의를 안 했으면 정부 어느 부처에서도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 뻔한데 왜 저에게 아이가 죽은 2주가 지나도록 전화 한 통 없었느냐고 물으니, 행안부는 '유가족 연락처를 모르기 때문에 연락할 수 없었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어머니는 "제 아이는 이번 참사로 인한 희생자"라며 "참사 직후 극심한 혼란 상태에서 제대로 된 정신상담 치료 한번 못 받고 죽었다. 부상자이자 생존자였고, 가장 소중한 친구 둘을 잃은 상황이었는데도 정부에서 해 준 것은 진료비와 약값을 청구하면 주겠다는 것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어머니는 "너무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에 두서없지만 늦은 시간임에도 연락드린다"며 "의원님, 불쌍하게 삶을 마감한 우리 아이의 억울한 상황을 살펴봐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며 말을 마쳤다.

전날(28일) 밤 11시30분 이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는 용 의원은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이 참석한 기관보고에서 유가족 연락처를 이미 참사 초기부터 갖고 있었다는 것을 각 기관장이 인정하고 제대로 살피겠다고 말한 지 하루가 지난 날이다. 그런데 여전히 연락처가 없어서 연락을 못 했다는 말만 늘어놓고 있다"고 정부를 질타했다.

용 의원은 "이 학생은 살아보려고 노력을 했다고 한다. 안 가도 된다고 해도 굳이 학교에 갔고, 운동이 좋다고 해서 운동을 끊어서 주 2회 헬스도 나갔다고 한다"며 "스스로 자살예방센터에 전화도 걸어보고 했다는 (어머니) 말씀에 제가 죄송하다는 말 말고 참아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고 말했다.

용 의원은 "정부 당국과 국회의 부당한 처우로 인해 한 명이라도 더 잃으면 안 되는 것 아니겠냐"며 "트라우마로 인한 생존자들의 죽음도 참사 희생자로 인정하고 필요한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틀 전 기관보고에서조차 사망자 수를 158명으로 집계하면서 10대 생존자 죽음을 없는 듯 취급했다"며 "언론도 시민들도 모두 159명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총리실은 158명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용 의원은 이와 함께 생존자와 유가족에 대한 트라우마 치료 지원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