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반도체법…줄줄이 밀리는 국가경제 핵심법안들
법인세법 여야 이견…김진표 "이러다 반도체 다 뺏겨" 野설득
반도체특별법도 4개월째 표류 중…바이든, TSMC 美 공장 방문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대내외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악화된 가운데 법인세법, 반도체특별법(K칩스법) 등 국가 경제를 좌우할 핵심 법안들이 수개월째 국회 논의가 표류하고 있다. 전체 의석 수의 절반을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초부자 감세' '대기업 밀어주기 법'이라며 법안 처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간사는 윤석열 정부가 대표 정책으로 내세운 법인세·소득세·종합부동산세 인하 등 감세 법안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여야 간사는 종합부동산세 등 일부 쟁점에 대해선 이견을 좁힌 것으로 전해졌으나,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내리는 법인세법의 경우 입장차가 워낙 커 원내지도부 간 협의로 넘어갔다.
여야가 평행선 협상을 이어가자 김진표 국회의장도 직접 중재에 나섰다. 야당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은 '선 법인세 통과, 후 2년 유예' 중재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러다 대만에 반도체를 빼앗긴다"며 민주당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장은 최근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중국 외국인직접투자(FDI) 급감, 대만과의 반도체 경쟁 상황 등을 언급하며 "대만의 경우 법인세율이 20%이고 지방세는 아예 없다"며 "한국은 법인세율 25%에 지방세까지 합치면 27.5%에 달하는데 조세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국가 미래 먹거리를 대만에 빼앗기게 된다"는 취지로 민주당을 설득했다고 김 의장 측 관계자는 전했다.
김 의장은 최근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도 만나 법인세 처리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계는 주요 기관들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연내 법안 처리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법인세법 개정안을 '초부자 감세'라 규정하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기업인들은 한결같이 대내외 악재와 경영환경 불확실성 탓에 기업 운영이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면서 "한국 10대 기업 재무재표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한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면 639조원 규모의 정부 예산을 적기 적소에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반도체 특별법'도 4개월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최근 지난해에 비해 30% 정도 감소하며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해 최근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하긴 했으나, 야당에서 풍력발전특별법 처리를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이번 회기 내 통과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그간 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대기업 밀어주기 법'이라며 강하게 반대해 왔다.
K칩스법은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반도체특위)가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묶어 내놓은 법안이다.
2030년까지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시설에 투자하는 경우 대기업에 대해 20%, 중견기업은 25%, 중소기업은 30% 금액을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는 등 자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 미 애리조나주 공장 장비 반입식에 참석한 것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부문에서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TSMC가 생산기지를 아예 미국으로 옮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중 패권 전쟁과 안보 핵심 자산으로 각국이 반도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발목이 계속 잡힐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의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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