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공의료 인력 대폭 줄이고 기능 축소…건보공단 등 231명 감축

늘려도 모자랄 판에…필수의료 확대 공약 정면 배치
비급여 급여 축소·코로나 손실보상 폐지도…의사에 직무성과급 도입

/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혁신'이라는 목적으로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의료 관련 기관들의 인력을 대폭 감축하려는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 필수의료는 확대하겠다는 공약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뉴스1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공의료 기관이 기재부에 제출한 혁신계획안을 모두 입수했다.

계획안을 제출한 기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립암센터, 국립중앙의료원,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다.

이들 기관이 제출한 계획안에 따르면 단계적으로 순감되는 인원은 231명에 이른다. 공공의료 관련 기관에서 순감되는 인원만 이같은 수준으로 향후 각종 기관의 필수 인력 감축 수준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원 감축 계획에 가장 많은 수치를 보고한 기관은 건보공단이다. 건보공단은 총 184명을 인력 조정 대상에 포함시키고 이 중 82명은 재배치, 102명은 감축하겠다고 보고했다.

가뜩이나 공공의료 기관은 인력이 부족한데 이번 인력 감축으로 공공의료 기능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기존의 해 온 사업을 축소하는 것은 물론, 인력 감축으로 의료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보공단은 일부 기능도 축소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감염병 상황보고 등 대응 기능과 건강플러스센터 운영, 비상대응체계 구축 관리, 임시시설 물품지원, 개방형 호흡기전담클리닉, 감염관리수당 지급관리, 정신의료기관 운영지원 기능을 축소한다.

또 보장성 사업 단계적 완료를 계획 중인 초음파·등재비급여 급여화와 MRI 급여화 등의 인력도 줄여 이른바 '문재인 케어'도 일부 축소될 전망이다.

국민연금공단도 53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연금공단은 인력 조정안 범위를 총 146명으로 정하고 이 중 93명은 재배치, 53명은 단계적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가입지원 기능을 축소하기로 했다. 이 기능의 핵심은 저임금 사업장가입자의 연금보험료를 일부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회보험지원제도'로 저소득 계층을 주 대상으로 한다.

심평원은 47명의 인원을 감축한다는 입장이다. 심평원은 코로나19 손실보상 기능을 비핵심 기능으로 분류했다. 따라서 이 기능은 아예 폐지하기로 했으며 의료급여 장기입원 퇴원지원 및 의료급여사례관리단 운영은 건보공단으로 이관시킨다. 비급여의 급여화 기능도 함께 축소된다.

공공의료의 핵심 기관으로 매번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국립중앙의료원은 총 28명의 인력을 감축하기로 했다. 축소되는 기능은 진료 분과의 '필수 중증의료 제공'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필수기능 유지를 위해 의사직은 줄이지 않기로 했지만 일반직 중에서도 실무진이라고 할 수 있는 5급과 6급에서만 인력을 감축하기로 했다. 1·2급에서 감축 대상은 없다.

이 밖에도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에서는 5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특히 오송의료재단은 기초연구R&D사업 기능을 축소하기로 했다.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인력 순감은 없지만 이번 계획으로 타격이 입은 곳은 국립암센터다. 국립암센터는 당초 34명의 인력을 충원하려고 했으나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충원 계획을 사실상 없던 것으로 했다.

공공의료의 인력 감축은 저소득층과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서비스 제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같은 기능을 적은 인력으로 수행하다보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공공성도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앞서 나열된 공공의료 기관 중 국립중앙의료원 등은 직무성과급 도입도 추진하고 있어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더 많은 검사를 유도하거나 비급여 치료를 제안, 공공의료가 돈벌이 의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정애 의원은 “공공의료는 서민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로 복지 기능과 인력을 축소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각자도생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에서 혁신계획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anghwi@news1.kr